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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스템 여성에 유리…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쟁점을 논할 때 교조주의가 개입되는 순간 이성과 합리적 토론은 실종된다. 중국 문화혁명 시대 완장 찬 홍위병들이 득세하던 때엔 수많은 문화재와 도서 등 인류 유산이 불타 사라졌고 지식인의 항거는 '반동'으로 몰려 인민재판대에 세워졌다. 공자마저 '원조 반동'으로 취급받았으니 머릿수 많은 쪽이 '맞다'는 것을 '틀리다'고 지적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중국,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와 달리 선진국일수록 어떤 주제를 '성역'과 '신화'로 만들어 논의조차 못 하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민감한 주제라도 자유로운 논쟁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게 역사를 발전시키고 사회 통합을 앞당긴다는 성숙한 공감대가 있어서다.
미국의 여성 심리학자이자 '공정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스가 강연과 저서 등을 통해 주류 페미니즘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도 서구사회에 이런 합리적 분위기와 학문적 양심이 존재하는 덕분이다.
그의 저서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The War Against Boys)는 주류 페미니스트 측에서 볼 땐 상당히 도발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미 지난 2000년 초판이 나왔지만, 젠더 논쟁이 막 사회 문제로 떠오른 한국에선 이제야 개정판이 번역 출간됐다.
책을 보면 미국에선 이미 21세기가 되기 전부터 '남성 역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저자는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역차별로 병들어가고 약해지는 남성성이 국가와 사회 전체의 동력을 약화하고 결국 여성에게도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남성이 지배하던 시대에 여성성이 불이익을 받았듯 지금은 남성성 자체가 마치 폭력과 악의 근원인 듯 취급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면서 여성이 유리 천장에 갇히지 않아야 하듯 남성이라는 것만으로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트렌드 변화에서 미국에 뒤처지지만 한국보다는 통상 10년 앞서간다는 일본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초식남(草食男)'이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여겨졌다. 야성과 생식 본능을 상실한 초식남 이슈는 저출산을 페미니즘 관점에서만 풀려는 기존 시각도 변화시킬 조짐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현재 교육시스템이 남성을 어린 시절부터 죽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제도 자체가 여성 친화적이어서 남학생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아는 교육계 인사들조차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기본적으로 남녀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교육부터 이런 성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쉬는 시간을 줄이고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서 수업만 듣게 하는 교육 방식은 여성에게 더 적합하고 유년기·사춘기 남자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두 아들의 엄마인 저자는 "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학교가 남학생들을 돌보지 못한다" 등의 표현을 통해 이런 세태를 강력히 비판한다. 왜 남자아이들이 읽고 쓰기를 싫어하는지, 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지, 왜 쉬는 시간에 뛰어다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읽기와 쓰기 의무수업, 직업기술 교육, 성별 분리 학습, 체육 교육 강화 등에 반대하는 여성 단체들을 비난한다.
학교 수업이 여성에 유리하다는 당시 저자의 이런 문제 제기에 여성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고, 저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과 함께 신념을 꺾지 않았다. 여성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남성 문제 역시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 문제를 논의하는 것만큼 남성 문제도 함께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더욱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해지고 성별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서 2011년 워싱턴DC 외곽에 있는 가톨릭 계열 남학교인 '하이츠 스쿨'을 소개한다.
이 학교는 '남학생들이 온전히 생기있는 하이츠 스쿨'이라는 배너를 크게 붙여놓았다. 수업은 곤충과 식물, 꽃 등으로 가득한 통나무집에서 이뤄지고 시를 외운다.
남성 특유의 폭력성을 교육으로 풀어줄 준비도 돼 있다. 인류 유전자는 아직 구석기 시대에서 하나도 안 바뀌었기 때문이다. 로마 필리피 전투를 직접 무기를 제작해 재현하는 수업이 이뤄진다. 무릎이 까지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수롭지 않다.
대부분 학교는 이런 활동들을 금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검과 방패를 가지고만 와도 정학을 당하고 서로 공격하다 다치면 소송이 잇따를 것이다. 학생들이 서로 죽이는 시늉을 한다면 '가정 폭력'의 유산이라며 엄마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좁쌀한알. 384쪽. 1만6천원.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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