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아동 성학대 유죄 평결' 호주 추기경 내부 조사 착수"
법정구속된 펠 추기경 성직 박탈 등 징계로 이어질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이 아동 성 학대 혐의로 호주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조지 펠(77) 추기경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한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펠 추기경이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이 사건을 절차에 따라, 그리고 교회법의 규정에 명시된 시한에 맞춰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앙교리성은 교황청 핵심 부처로 성직자들의 성 학대 의혹을 둘러싼 조사도 담당하고 있다. 신앙교리성의 자체 조사가 끝나면 펠 추기경은 교회법에 따른 재판을 받은 뒤 사제직을 박탈당하는 등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교황청은 26일 펠 추기경의 유죄 평결 보도가 나온 직후 "그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항소심까지 자신을 변호할 권리가 있다"며 추가 징계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으나, 최근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성직자들에 의한 성 범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펠 추기경은 1996년 말 멜버른의 성 패트릭 성당에서 13살짜리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작년 12월 호주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받은 사실이 전날 공개됐다.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26일 밤 늦게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조지 펠 추기경은 이제 교황청 재무원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다"면서 펠 추기경이 더 이상 재무원장직을 유지하지 않게 됐음을 밝히기도 했다.
교황과 국무원장에 이어 교황청 서열 3위로 여겨지는 재무원장으로 재직하던 펠 추기경은 과거 고국에서 저지른 아동 성 학대 혐의로 2017년 6월 기소되자, 교황청에 휴가를 내고 귀국해 재판에 임해 왔다.
5년으로 정해진 그의 재무원장 임기는 당초 지난 25일 만료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후임을 아직 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1966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멜버른 대주교, 시드니 대주교를 역임해 호주를 대표하는 성직자로 꼽히는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교황청의 재정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로 발탁돼 2014년 교황청 재무원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후 교황청의 재정 및 구조 개혁을 위한 자문 역할을 맡기기 위해 임명한 추기경 9명으로 구성된 추기경자문단에도 포함되는 등 교황의 최측근 중 1명으로 여겨져 왔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호주를 비롯해 미국·칠레·독일·아일랜드 등의 성직자들이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범죄가 속속 드러나며 교회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전 세계 고위 성직자 190여명을 바티칸으로 불러들여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미성년자 성 학대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교황은 이러한 범죄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미성년자 성 학대 예방과 범죄자 처벌을 강화한 지침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일각에선 근본적 대책 없이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 관료조직의 최상층부에서 일하던 현역 추기경이 아동 성 학대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처지가 됨으로써, 오랫동안 가톨릭을 얼룩지게 한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추문은 가톨릭의 심장부인 교황청까지 번지는 형국이 됐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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