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황교안체제' 당심보다 민심 좇아야 '강한 야당' 된다
(서울=연합뉴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를 열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한 국정 경험과 함께 안정감을 주는 보수적 이미지로 전대 유권자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여당에 맞설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을 원한 국민과 한국당 지지층이 황교안 체제를 출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대선 패배에 이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한 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참여정부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위원장을 영입해 당 재건에 나섰지만, 환골탈태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합리적 보수'를 기치로 내건 김병준 비대위 체제 7개월 동안 한국당이 안정을 어느 정도 되찾고 당 지지율도 올랐지만, 이는 여권의 경제정책 혼선과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컸다는 점에서다.
한국당 입당 43일 만에 당권을 거머쥔 황 신임 대표는 보수진영 재건으로 한국당의 면모를 다시 수권정당으로 일신해 당을 떠난 민심을 되찾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당은 당장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도 재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이번 전대 기간에 적나라하게 노출한 과거 회귀적인 구습과 구태를 당장 내던져야 한다.
전대 기간에 나온 당 일부 의원의 5·18 폄훼 발언은 한국당의 우경화 논란을 촉발하면서 당 일각의 역사 인식 수준마저 의심하게 했다. 검찰은 물론 법원까지 근거 없다고 결론 낸 이른바 '태블릿PC 조작설'이 당 대표 후보 입에서 나오자 '태극기 부대' 표를 염두에 둔 무책임한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챙기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당내에 '친박-비박-진박'에 이어 `배박'이란 신조어까지 등장시켰다.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비하해 물의를 빚은 김순례 의원이 이날 전대에서 최고위원에 뽑힌 것이 한국당의 현주소다.
황 대표는 '민심과 당심(黨心)의 괴리'가 당 일각에서 나오는 이런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행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민심 얻기에 진력해야 한다. 전대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한국당 지지층에선 지지율 선두였지만, 일반인 대상 조사에선 오세훈 후보에 밀렸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당권을 잡은 데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표가 필요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국민을 위한 정치에 온 힘을 쏟으라는 뜻이다. 당의 우경화 논란을 불식하고 친박·비박이란 계파정치 등 당내 적폐를 청산해야 개혁보수는 물론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보수 대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집권당의 건강은 강한 야당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때 비로소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황교안호(號)'가 당보다는 국민의 뜻을 떠받드는 강한 야당이 되길 바란다. 대표 수락 연설에서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교체를 향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한 황 대표의 다짐은 당심보다는 민심을 좇아야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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