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곧 전면전?…"속내는 전쟁보단 보여주기"
인도 공습은 '총선용 카드' 분석…파키스탄 "피해 없다" 김빼기 주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핵보유국이자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인도 공군이 지난 26일 48년 만에 파키스탄을 공습하자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자국민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며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파키스탄군도 "시간과 장소를 정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인도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껏 올렸다.
당장이라도 전면전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양측 대응 수위가 높아 보이지만 이는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한 포석일 뿐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양측 모두 긴장 완화를 위한 '탈출구'를 마련해둔 상태에서 서로의 민감한 곳은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특히 인도의 이번 공습은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선거용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인도와 파키스탄 정치권 모두 전쟁 충돌을 피하기 위한 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4일 잠무-카슈미르의 풀와마 지역에서는 인도 경찰 2천500여명을 태운 차량 행렬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40여명이 사망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카슈미르 반군 자이쉬-에-무함마드(JeM)가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으며 인도는 파키스탄이 실제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에 인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파키스탄을 즉각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도는 이번 공격으로 '카슈미르 테러' 이후 들끓는 보복 여론을 어느 정도 소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이번 공습을 '비군사적 선제 조치'(non-military preemptive action)로 규정했다.
정식 군사 공격이 아니라 자국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테러 작전'이라는 것이다.
군이 아닌 테러리스트가 타깃이라는 점을 강조해 파키스탄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도 연합뉴스에 "인도는 이번 일로 인해 양국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이 자국 내의 테러리스트에게 단호한 조처를 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도 공습에 즉각 반격하기보다는 인도 측 주장에 대한 '김 빼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공습으로 JeM의 가장 큰 훈련캠프가 완전히 파괴됐고 많은 수의 테러리스트가 제거됐다"는 인도 정부의 주장에 대해 파키스탄은 "공격받은 건물이 없고 사상자도 없다"며 피해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그간 자국 내 테러리스트 근거지 존재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에 인도 측 주장대로 테러리스트 캠프가 파괴됐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유로 대규모 반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 분쟁지인 카슈미르는 수십만명의 군대가 대치한 곳이라 파키스탄으로서도 본격적인 전쟁은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파키스탄 정부는 경제난을 겪는 국민의 사기를 생각해 보복을 다짐하는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힘쓴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지 매체에서는 파키스탄이 반격에 나서더라도 군사시설이나 민간인 거주지 등 민감한 지역은 피한 채 '안전한 곳'을 정밀 타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디언도 "인도 공습은 전쟁 전조라기보다는 가식적 행동(posturing)"이라며 "지난해 7월 총선 승리로 막 정부를 출범시킨 데다 경제난을 겪는 칸 총리나 총선을 앞둔 모디 총리 모두 전면전을 벌일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국이 워낙 첨예하게 맞선 상황이라 예상치 못한 확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양측이 상황을 통제하는데 실패하면 위기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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