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 노무독점권 반납, 빈말이었다'…비리 싹 여전
채용추천권 가져 영향력 상당…인력수급위원회는 '허수아비'
검찰, 항운노조 연계 인력공급업체 선정 경위 등 수사 확대
노조 "개인 일탈" 항변…조직적 비리 드러나면 타격 불가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검찰이 10여년 만에 부산항운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부산항운노조의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 취업 비리 등으로 지도부를 비롯한 30여명이 처벌을 받은 이후 수차례 자정 운동을 벌이고 쇄신책을 내놨다.
하지만 번번이 금품 비리가 터졌고 2015년 항운노조는 부산항 개항 이래 139년간 독점해온 항만 노무인력 공급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항운노조 노무독점권을 부산항만공사, 부두운영사, 노조 등 노사정이 참여하는 항만인력 수급관리협의회에 부여한 것이 핵심 골자다.
하지만 항운노조가 채용 추천권을 가진 상황에서 인력 수급관리협의회가 대부분 항운노조 추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어 노무공급권 독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두운영사가 항운노조에 인력을 요청하면 항운노조는 직종에 따라 60∼100% 추천권을 가져 채용 과정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두운영사는 평소 인력 운영이나 임단협 등에서 실권을 쥔 항운노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독점적인 인력 수급 구조가 가능한 것은 직업안정법에서 항만에 대한 노무공급허가를 노동조합으로 제한, 정부가 항운노조에만 노무공급 허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항운노조는 조합원이 아니면 일할 수 없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 형태라 노조 가입 과정에서 금품거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또 조합장, 지부장, 반장, 조장, 조합원 순으로 피라미드 구조인 부산항운노조는 지부장이 조합원 신규가입이나 조장·반장 승진 추천권을, 반장이 신규조합원·조장 승진 추천권을 가져 내부 승진이나 전보 대가로 돈이 오가는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항운노조의 노무공급 독점을 개선하고 민간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조합 가입과 승진을 대가로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전 항운노조 지부장을 구속하고 노조 상납 여부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항운노조와 연계된 인력공급업체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2016∼2017년께부터 부산신항과 북항에 각각 1곳씩 운영된 이 인력공급업체는 일감이 많을 경우 항운노조 임시 조합원 자격의 일용직을 항만과 부두 특정 직종에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앞서 항운노조가 일감이 많아질 경우 '상시 비조합원'을 채용하는 관행에 노동청이 제동을 걸자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임시 조합원을 부두운영사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로부터 노무 공급허가를 받은 항운노조는 채용 대가를 받거나 조합원 외 인력을 노동현장에 공급해서는 안 된다.
인력공급업체는 부두운영사로부터 일용노동자 임금과 관리비를 받고, 항운노조는 임시 조합원에게 노조비를 가져가는 구조다.
검찰은 회사 자금 수십억원씩을 횡령한 혐의로 인력공급업체 Y사와 N사 대표 2명을 구속하고 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항운노조가 특정 인력공급업체를 선정한 경위와 인력공급구조의 악용 가능성, 일용노동자 불이익 여부 등을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
취업 비리와 인력공급업체 횡령 혐의를 파고든 검찰 칼날은 결국 부산항운노조 지도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운노조는 지금껏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비리는 개인 범죄일 뿐 노조 집행부가 관여한 조직적인 비리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노조의 구조적 비리를 밝혀낼 경우 그동안 쇄신과 자정을 강조해온 부산항운노조 지도부의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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