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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명 사망' 한화공장 사고 노동청-방사청 책임 미루기
사고공정 놓고 노동청·방사청 "우리 관리·감독 대상 밖이다"
유가족 "안전 점검만 제대로 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한화 대전공장에서 근로자 3명이 숨진 폭발사고를 놓고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청과 방위사업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청과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이 공장에 대해 각각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했음에도 최근 근로자 3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책임 회피를 위해 변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7일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약과 폭약 등을 취급하는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 29일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폭발과 함께 불이나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데 이어 지난 14일에도 이형공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20∼30대 청년 근로자 3명이 숨졌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전날 오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을 찾아 지난해 5월 31일부터 6월 15일까지 한화 대전공장을 대상으로 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적발한 위반사항 486건 가운데 이번에 사고가 난 이형공실 관련 자료 22건을 공개했다.
노동청이 공개한 자료에는 크레인 하중 미표시, 공장 벽면에 주의 표시 미부착, 안전운전 지침서 부실 등을 비롯해 교육훈련 결과 보고서 보완, 가동 전 점검 지침 보완, 교육지침 변경 등 근로지침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추진체의 이형(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분리하는 일) 작업 중 코어를 빼내기 위해 유압 실린더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노동청의 중간조사 발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반사항은 한 건도 없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사고가 발생한 뒤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현장 안전조치, 안전관리조직 체계, 작업환경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면서도 "특정 작업과 설비에 대해 안전에 특화된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한 법률은 없다"고 발뺌했다.
방위사업청도 지난해 12월 한화 대전공장 제조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벌였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점검에 근로자 3명이 숨진 이형공실도 포함됐지만, 공장 설비와 공정 과정에 대한 점검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법에 따라 방위사업청장은 총포·화약류 제조·사용·저장 등을 허가·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자신들은 폭발사고에 대비해 각 공장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건설돼 있는지, 공장과 공장 사이에 설치된 격벽이 규정에 맞는지 등을 점검할 뿐 내부 설비의 안전성 문제는 다른 기관의 몫이라는 게 방위사업청의 주장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설비 및 작업 공정 등 안전성 점검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번 사고의 경우에는 개발이 끝나 양산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방위사업청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청과 방위사업청이 근로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설비 및 공정 과정을 놓고 책임을 미루는 사이 유가족들은 숨진 아들의 시신을 차디찬 안치실에 둔 채 눈물만 흘리고 있다.
두 기관이 각각 산업안전보건법과 방위사업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안전 점검을 벌였다면 끔찍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가족 대표 김용동 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고용노동청과 방위사업청이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는 어디 가서 얘기해야 하느냐"며 "고용노동청은 사고가 발생한 설비가 산업재해의 원인이 되는지 확인해야 하고, 방위사업청은 이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차 사고가 발생한 뒤 정부기관마다 안전 점검을 했다고 하는데, 한 곳은 격벽의 두께만 보고, 또 다른 곳은 근로지침서만 본 거 아니냐"며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이 한화에 있지만,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기관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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