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여름 바다 탄소순환 원리 규명…아라온호 덕분
충북대·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 성과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한 남극 여름 바다 탐사를 통해 지구 탄소순환 이해를 도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7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충북대 이성근 교수·김종걸 박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소정 박사 팀은 남극 해역 식물플랑크톤 번성·소멸과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미생물 군집 종류를 규명했다.
남극은 기나긴 겨울을 보내면 약 2개월간의 여름을 맞이한다.
여름엔 해빙이 녹으면서 비로소 해양이 태양 빛에 노출된다.
식물플랑크톤의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것도 이 시기다. 겨우내 축적된 풍부한 영양염 덕분이다.
짧은 여름이 끝날 무렵 서남극 해 아문센해역에선 지구상의 다른 바다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난다.
플랑크톤이 사라지면서 탄소가 대부분 대기로 방출하는데, 이는 탄소가 심해로 흘러 들어가는 일반 해양과 비교된다.
탄소를 대기로 보내는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2010∼2014년 사이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3차례에 걸쳐서 남극해 아문센해역 시료를 채취했다.
기존의 미생물 배양 방법 대신 해양미생물 군집 전체에서 DNA를 추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남극 해양의 저온 미생물은 배양하기 어려워서다.
연구팀은 첨단 기법(메타 유전체 기술)으로 서남극 해역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핵심 미생물 유전체를 재구성하고, 미생물 유전자 발현 체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식물플랑크톤 번성 시기에 따라 핵심 미생물 종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여름 초기엔 폴라리박터(Polaribacter), 후기엔 'Ant4D3'라는 특이한 미생물군이 탄소 분해에 관여한다.
이런 미생물은 지구상 다른 해역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성근 교수는 "남극 해양 전체에서의 기후변화와 미생물에 의한 탄소순환과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탄소의 심해 격리를 위한 예측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기초연구실)과 극지연구소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21일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