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시련 함께 한 특산식물 '미선나무'
100년 전 학계 소개…일본식 이름으로 불리고 학명도 뺏겨
(포천=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 시련을 함께 한 특산식물 '미선나무'가 주목받고 있다.
미선나무(학명:Abeliophyllum disdichum Nakai)는 1919년 학계에 처음 보고돼 한반도 대표 특산식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26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미선나무는 한국 식물학의 개척자인 정태현 박사가 1917년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견했다.
그러나 2년 뒤인 1919년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Nakai Takenoshin) 박사에 의해 학계에 보고됐다.
이 때문에 미선나무 학명에 '나카이'(Nakai)가 들어갔다.
식물의 학명 맨 끝에는 통상 발견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과를 일제에 빼앗긴 셈이다.
학명은 한번 명명되면 거의 바뀌지 않는다.
더욱이 학계 보고될 당시 나카이 박사는 미선나무를 일본식 이름인 '부채나무'(Uchiwa-no-ki)로 소개했다. 물푸레나무과인 이 나무는 열매 모양이 부채를 닮았다.
한국 식물학자들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들면서 이 나무의 이름을 미선(?扇)나무로 기록하려 노력했다.
당시 일제는 "내선 일체로 일본과 조선이 한 나라인데 조선명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제재했다.
이에 한국 식물학자들은 "농촌에는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를 교육하기 위해 일본명을 번역하는 것"이라고 둘러대 현재와 같은 '미선'이라는 고운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선나무는 한반도에서만 나는 식물이다.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했으나 무분별한 훼손으로 해제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적색목록으로 분류, 멸종위기종으로 등록한 보호종이 됐다.
3·1운동 100주년과 함께 미선나무가 재조명된다.
국립수목원은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미선나무 100년을 통해 본 우리나라 특산식물'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심포지엄에서는 장계선 국립수목원 연구사의 '미선나무의 학술적 가치와 특산식물 목록의 재개정'을 비롯해 5편이 주제발표된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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