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 과이도 지지 재확인…"우린 100% 당신과 함께 있다"
펜스 美부통령 리마그룹회의 참석 "모든 옵션 고려"…군사개입 가능성 배제안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벌이는 베네수엘라의 우파 야권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군사개입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리마그룹 회의 시작에 앞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자유가 복원될 때까지 계속해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주말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베네수엘라에 필요한 식량과 약품을 이송하려는 시도 중에 발생한 비극적인 폭력은 과이도에 대한 미국의 지지 결심을 한층 강화시켰다"며 과이도 의장에게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옵션은 탁자 위에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악몽이 끝나 베네수엘라가 다시 한층 자유로워지고, 국민이 자유의 새로운 탄생을 볼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동맹국들에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통제하는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관련 수익을 과이도 의장에게 보내도록 조치하는 한편 마두로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도우려고 이미 1억3천900만 달러 상당의 원조를 제공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이 경제난을 피해 이웃 국가로 대량 탈출하는 문제에 직면한 인근 국가들을 돕기 위해 추가로 5천600만 달러어치의 구호품을 보낼 계획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 재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마두로 정권 측 주지사 4명을 상대로 미국에서의 상업적 거래를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26일에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보고타에 도착한 후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만나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조율했다.
두케 대통령은 리마그룹 회의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한층 강력하고 효과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강화된 압력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요구한 신속한 과도 정부의 건설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가 마음대로 권력을 강탈한 것이 미주 대륙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면서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옆자리에 앉은 과이도 의장은 주말 동안 발생한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묵념 시간을 요청하기도 했다.
과이도 의장은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서방 각국에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그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대다수 중남미 국가는 미국의 군사개입에 부정적이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사태 해법을 논의하려고 캐나다와 중남미 13개국 등 14개 미주 국가가 2017년 구성한 외교 모임이다.
14개 회원국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멕시코, 가이아나, 세인트루시아 등이다.
이날 회의는 과이도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다음 조치들을 논의하려고 열렸다.
그러나 그동안 마두로 정권에 대한 강경한 결의에 기권하는 등 중립적 입장을 취해온 멕시코, 코스타리카, 가이아나, 세인트루시아 등 4개국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멕시코는 평화적인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촉구하며 무력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대해 경고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평화롭고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무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성과 법으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이도 의장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조 물품의 반입 시한으로 제시한 23일을 전후로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규모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콜롬비아, 브라질 접경 지역에서 구호품 반입을 시도하는 야권과 반정부 운동가, 자원자 등을 향해 군경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는 등 강경 진압하면서 최소 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서는 과이도 의장이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작년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뒤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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