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한반도 운명 우리 손으로'…신한반도질서 고삐 죈다(종합)
한반도경제 이니셔티브·불가역적 평화체제 촉진 의지
'경제적 번영' 강조…北 경제 개방 후 주도권 놓쳐선 안 된다는 경계도
"역사의 중심 서겠다"…냉전체제 해체 주도·'새로운 100년' 의지 담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변화하는 신질서를 주동적으로 준비하고, 또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담론일 수 있겠으나 한반도 평화체제의 분수령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오는 북미 정상의 하노이 담판을 목전에 두고서 '이제 변방 아닌 중심에서 새로운 한반도 체제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라는 화두를 묵직하게 환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주체성'을 앞세우며 경제적 비전과 함께 '신한반도 체제'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합의하고 난 뒤의 상황에 주도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 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라고 말하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런 '경협 지렛대' 구상은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쓸 카드를 늘려준 것이기도 하지만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로운 국가전략 노선으로 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결국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힐 적극적 중재안을 내놓음으로써 회담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했던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경제적 번영과 함께 주도적인 신한반도 체제 준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구상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남북 경협 사업이 활발해지면 남측의 자본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일본 등의 외국 자본이 북한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 경쟁에서 우리가 '한반도 경제'의 이니셔티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여 경제 부흥을 꾀할 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19일 통화에서 사례로 든 철도·도로 연결을 포함한 북한 인프라 건설과 투자에서 한국이, 북한과 교역 관계가 깊고 대북 노하우도 많은 중국보다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며 개방된 북한 경제의 '기회'가 한국의 참여와 이득을 '담보'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짚기도 한다.
또한, 문 대통령이 강조한 '주체성'의 배경에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평화협정 체제 '추진'에서도 우리가 '촉진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또 다른 상응조치인 종전선언에 합의를 볼 것이라는 낙관섞인 전망에 기인한다.
북미 정상이 회담에서 종전선언에 의미 있는 진전을 본다면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문 대통령이 운신할 폭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출구'로서 비핵화의 종반 여정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화협정 체결을 향해 다시금 속도를 붙일 공산이 크다.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에 속도를 붙이는 정치적 선언"이라며 "평화적 체제를 보장하는 평화협정에는 다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 맥락에서 '신한반도 체제'와 함께 내세운 주체성은 평화협정 체결에 다자가 참여하더라도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문제의 마침표는 결국 우리가 찍어야 한다는 인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반도 체제' 구상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신한반도 체제의 구체적 내용은 3·1절 연설문에 더 구체화해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한반도 경제 이니셔티브와 평화협정 추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청와대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점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변인은 "형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특정한 시점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한다'고 합의하는 선이 최대치일 것으로 내다봤던 청와대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막판까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수준을 놓고 실무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양측에 성과 도출을 압박하고자 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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