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네시아 경찰이 소수민족 원주민을 상대로 '뱀 고문'을 해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3일 인도네시아 경찰이 최근 큰 뱀을 이용해 서(西)파푸아 원주민 청소년을 위협하며 신문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수갑을 찬 채 바닥에 앉아서 저항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목에 뱀을 두르고 희롱했다.
이 청소년은 서파푸아 자야위자야 지역에서 휴대전화를 훔쳤다가 붙잡혔다.
공포에 질린 그는 울부짖으며 괴로워했지만, 경찰은 웃으며 "몇 번이나 휴대전화를 훔쳤냐"며 신문을 계속했다.
이 경찰은 뱀을 청소년의 얼굴에 갖다 대기까지 했고 청소년은 몸을 버둥거리며 피하려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관련 장면이 찍힌 영상이 이달 초부터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알려졌다.
이 영상을 유포한 베로니카 코먼 인권변호사는 "그런 신문 방법은 고문이며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유엔(UN)까지 나섰다.
UN은 이번 사건은 서파푸아에 널리 퍼진 폭력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광범위하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UN 전문가 패널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서파푸아 원주민이 맞닥뜨린 인종 차별의 예"라며 "서파푸아의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인은 임의 체포, 구금, 고문 등을 자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외교부 대변인인 아르마나타 나시르는 "경찰이 이번 사안을 조사하고 있으며 사건과 관련된 경찰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9년 유엔 후원 아래 진행된 주민투표로 파푸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한 인도네시아는 자바섬 등 여타 지역 주민들을 파푸아로 대거 이주시켰다.
파푸아 분리주의 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수십 년째 무장독립 투쟁을 벌이는 등 원주민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갈등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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