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떠난 대전 예지중고 만학도 배움 잇는다…늘봄학당 개원
내년 3월 '공공형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 개교 전까지 공부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재단과의 갈등으로 학교를 떠난 충청권 유일의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 대전 예지중고 만학도들의 새로운 배움터가 문을 연다.
학력 인정은 되지 않지만, 만학도들은 대전시와 교육청의 내년 3월 '공공형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 개교 전까지 배움을 이어갈 계획이다.
24일 이들 만학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총학생회와 동문회를 중심으로 유성구에 660㎡ 규모의 배움터(늘봄학당)를 마련했다.
재학생의 지인이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했고, 인근 초등학교에서 교체되는 책걸상을 받았다. 동문회에서도 수업용 노트북 20대를 기증했다.
수업은 재단으로부터 직위 해제당한 19명의 교사가 자원봉사로 진행할 예정이다.
늘봄학당은 25일 교육과정 설명회를 겸한 입학식을 한 뒤 26일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학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교양과정 등으로 편성된 주·야 총 9개 학급에 160여명의 만학도가 이미 수강신청을 마친 상태다.
예지중고는 학내 문제로 최근 수년째 극심한 갈등이 이어졌다.
계속된 학사 파행으로 젊은 시절에도 정규교육 과정을 놓쳐 늦깎이 학업에 뛰어든 만학도들은 끊임없이 학습권을 위협받아왔다.
지난 2일 졸업식을 불과 나흘 앞두고 고3 졸업생을 포함한 27명이 학교 측으로부터 퇴학처분을 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졸업식에 참석할 수도 없었고, 자칫 대학진학의 꿈마저도 무산될 뻔했다.
다행히 교육청의 적극적인 노력과 싸늘한 여론에 밀려 학교 측이 뒤늦게 퇴학처분을 철회하긴 하였지만, 만학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컸다.
임시이사 체제에서 들어온 학교장과 기간제 교사, 정규직 교사 등 20명도 대법원 최종 판결로 잃었던 권한을 되찾은 재단이사회에 의해 직위해제 및 계약 해지됐다.
시교육청은 예지중고에 신입생 모집 중지 및 보조금 지원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총동문회 이상현(60) 부회장은 "예지 만학도는 오직 마음 편히 배우고 싶을 뿐"이라며 "졸업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곳에서 그동안 못했던 학습을 보충하고, 내년에 공공형 학력 인정학교가 개교하면 모두 함께 입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jchu20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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