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달 탐사선 첫 발사…민간 주도 사상 최초
성공 시 4번째 달 착륙국…기부금 1억 달러 투입해 "사상 최저액"
성경·이스라엘 국기 이미지 등 디지털로 저장한 '타임캡슐' 실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달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탐사선은 기부금이 투입된 사상 첫 민간 달 탐사선이며,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이스라엘은 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4번째 국가가 된다.
이스라엘 비영리기업 '스페이스IL'이 억만장자 등의 기부금으로 만든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21일(미 현지시간) 오후 8시 45분 발사됐다고 AP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무인 탐사선은 궤도에 오른 뒤 7주 동안 지구를 6번 회전하면서 달의 중력을 이용해 4월 11일 달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베레시트는 일론 머스크가 CEO를 맡은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로이터 제공]
이 로켓에는 인도네시아의 통신위성과 미국 공군의 실험용 위성도 함께 실렸으나, 베레시트가 이스라엘의 첫 달 탐사선이자 사상 첫 민간 탐사선이라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영 방산업체인 항공우주산업(IAI)의 텔아비브 인근 관제센터에서 (영상을 통해) 발사장면을 지켜봤고, 이는 이스라엘 전역에 생방송 됐다.
베레시트는 팰컨9 로켓 발사 후 34분 만에 지구궤도에 올랐고, 이후 15분 뒤 다른 두 개의 위성과 분리됐다.
베레시트란 이름은 히브리어로 창세기를 뜻한다. 이 탐사선은 무게 585㎏·폭 2m·높이 1.5m의 대략 식기세척기 크기로, 다리가 네 개 달려 있으며 역대 달 탐사선 가운데 가장 작다.
베레시트에는 남아공 태생의 이스라엘 억만장자 기업가 모리스 칸 등의 기부금 1억 달러(약 1천128억원)가 투입됐다.
스페이스IL과 협력한 IAI는 "탐사선 발사에 1억 달러가 든 것은 역대 가장 적은 예산 투입"이라며 "앞서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킨 나라들은 정부자금 수억 달러를 썼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짐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이번 발사는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까지 함께 협력하길 기대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에 '역사적 발걸음'이라 본다"며 이스라엘 발사팀을 축하했다.
베레시트에는 달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장비와 함께 성경책과 어린이 그림, 이스라엘 노래,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녹음, 이스라엘 국기 이미지를 디지털로 저장한 '타임캡슐'이 실렸다.
특히,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지구 귀환 중 폭발사고로 숨진 우주인 가운데 한 명인 일란 라몬의 사진도 실었다. 그는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이다.
베레시트는 달 표면 착륙 후 달의 자기장을 측정한 데이터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탐사선은 착륙 후 2∼3일 동안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2011년 설립된 스페이스IL은 본래 구글의 민간 달 탐사 경연대회인 '루나X프라이즈'(Lunar Xprize)에 참여했다.
구글은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데 2천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지만, 스페이스IL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5개 업체 모두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경연을 취소했다.
인도 우주국은 올봄에 두 번째 달 탐사선인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앞서 발사된 찬드라얀 1호가 '달 충돌 탐사기(MIP)'라 불리는 탐사장비 상자만 내려보내 달 표면을 조사했다면, 찬드라얀 2호는 달 표면을 직접 돌아다니며 탐사할 수 있는 운행 장비(rover)를 착륙시킬 계획이다
일본은 2020∼2021년 소형 달 탐사선을 보내 화산지대를 연구할 예정이다.
민간 달 탐사 프로젝트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낼 계획이다. 나사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지난주 "이번에 (미국 우주인이) 달에 가면, 머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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