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갈라진 인라인경기장…사고에도 체육회는 땜질보수만
선수들 사고 우려에 타 지역 '원정훈련'…이용 아동은 손목 골절되기도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라인스케이팅 선수들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인천지역 유일의 인라인롤러경기장이 바닥 균열 등 파손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관리 당국인 인천시체육회는 잇따른 민원에도 '땜질식 보수'만 해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22일 연수구 동춘인라인롤러경기장 이용자들에 따르면 이 경기장은 바닥 곳곳에 폭 1∼2㎝의 균열이 생겨 인라인스케이트(바퀴를 붙인 스케이트)를 타기에 매우 위험하다.
균열 탓에 바닥이 평평하지 않는데다 스케이트 바퀴가 균열 부분에 걸릴 가능성이 있어 스케이터가 쉽게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라인스케이팅은 운동 특성상 한 방향으로 모든 스케이터가 줄지어 달리기 때문에 한 명의 스케이터가 넘어지면 뒤따라 달리던 다른 스케이터들도 잇따라 넘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빙상 스케이트 경기에서 한 명의 선수가 넘어지면 다른 선수들이 줄지어 넘어지는 사례와 같은 이치다.
인라인스케이팅 선수 부모 A씨는 "지난해 10살 둘째 아이가 이곳에서 인라인을 타다가 경기장 바닥 균열에 걸려 넘어지면서 손목뼈가 부려져 철심을 박는 치료를 했다"며 "인천시체육회에 균열을 보수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강재만 채우는 '땜질식 보수'에 그쳤다. 이미 보강재는 바닥에 붙어있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라인스케이팅 선수 권모(18) 군은 "전국 10여곳의 인라인 경기장을 다녀봤지만 동춘인라인롤러경기장이 최악이다. 바닥 균열 때문에 인라인스케이트 속도를 낼 수가 없다"며 "이곳에서는 속도를 내는 훈련을 하지 않고 자세 훈련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인천지역 6개 초등·중·고등학교 선수들과 프로 선수들은 이 경기장이 지역에서 유일한 인라인롤러경기장인 탓에 이곳을 이용하고 있지만, 핵심 훈련인 '속도 훈련'은 타 지역 경기장을 이용한다.
모 중·고등학교 인라인팀 코치인 최모(41)씨는 "인천지역 학생 선수들은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정작 이 경기장에서는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비인기 종목이어서 지원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인천시체육회는 이 경기장은 실외경기장이어서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장 바닥 균열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다음 달 긴급보수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체육회 관계자는 "바닥 균열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으며 매년 보수를 시행했지만, 기후 영향으로 균열이 계속 발생했다"며 "올해 경기장 관리 예산을 지난해 5천만원보다 2배 많은 1억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이용자들이 균열 때문에 부상하지 않도록 긴급보수를 하고 10월께 대대적인 보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99년 준공된 동춘인라인롤러경기장(899.97㎡)은 인천시체육회가 관리하는 체육시설로 그동안 전국체육대회와 소년체전 등 다양한 경기가 개최된 국제규격(폭 6m·트랙 길이 200m)의 경기장이다. 연령에 따라 600∼1천500원의 저렴한 이용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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