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여러 대 있었지만 사용 안해…목욕탕 화재 초기대응 도마
경찰 "목욕탕 관계자 적극적으로 구호·진화 활동했는지 수사"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사망자 3명, 부상자 88명을 낸 대구 목욕탕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소화기가 여러 대 있었지만 사용된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목욕탕 업주 등이 화재 발생 초기 적극적으로 진화 활동에 나서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21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시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목욕탕에서 불이 날 당시 남탕 시설에는 목욕탕 업주(65)와 구둣방 주인(59), 세신사(63), 카운터 직원(77), 손님 등 15∼16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목욕탕 업주는 남탕 입구 바깥에 있는 구둣방 맞은편으로 2m가량 떨어진 수부실에, 구둣방 주인은 전기난로를 켜 놓은 채 자리를 비우고 남탕 안 비상구 뒤편 내실에서 세신사와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카운터 직원은 자리를 지켰으며 손님들은 사우나 시설을 이용하거나 휴게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불은 구둣방 안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 발생한 연기와 불꽃이 천장 쪽에 있는 공간을 통해 남탕 내부로 번졌다.
수부실에 있다가 불이 난 것을 최초로 목격한 목욕탕 업주는 입구 출입문을 열고 내부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또 카운터 직원이 근처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입구 쪽으로 다가섰지만 '천장으로 번진 불길이 거세고 유리로 된 출입문은 이미 무너져있었다'는 등 이유로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목욕탕 업주와 카운터 직원,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구둣방 주인과 세신사 등은 휴게실에 잠든 손님을 깨우고 사우나 시설 이용객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당시 천장에 설치됐던 자동화재 탐지 장치는 정상 작동해 비상벨 소리가 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목욕탕 업주 등은 경찰·소방 조사에서 "손님 대부분이 탈출한 것을 보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 한 관계자는 "목욕탕 안과 바깥 복도에 소화기 몇 대가 있었지만 분사된 소화액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등을 상대로 목욕탕 업주 등이 적극적으로 구호나 진화 활동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이 난 건물은 7층짜리로 1∼2층은 식당 등 상가, 3∼4층은 목욕탕·찜질방 등이 들어서 있다. 5층 이상은 아파트 107가구가 있다.
지난 19일 발생한 불로 남자 탈의실에 있던 이모(64)씨 등 3명이 질식 또는 전신화상으로 숨졌다.
또 목욕탕 손님, 아파트 주민 등 88명(중상자 4명·경상자 84명)이 크게 다치거나 연기를 들이마셔 입원 중이거나 치료를 받았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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