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심판들의 뜨거운 겨울…"휘슬만 분다고 심판 아니죠"
주·부심 요원 38명, 남해에서 막바지 '실전 훈련'
(남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집중력을 1초라도 잃으면 오심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조금만 판단이 늦어도 관중석에서는 '심판 눈 떠라!'라는 팬들의 불호령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축구 팬은 물론 각 팀의 감독과 선수들로부터도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운 '극한 직업'이지만 주·부심 요원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K리그 개막(3월 1일)을 준비하며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으로 막바지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20일 오후 남해상주한려해상체육공원에서는 38명의 K리그 주·부심 요원들이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스스로 연출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3월 1일 개막하는 K리그를 앞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부터 주·부심 요원들을 대상으로 독일과 터키 전지훈련을 펼쳤고, 장소를 남해로 옮겨 마지막 '실전 훈련'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 주심들은 지난해 한 경기 평균 9.6㎞를 뛰어다녔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볼 다툼이 펼쳐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맨눈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체력과 집중력이 필수다.
이 때문에 K리그 심판들은 동계훈련에서 현역 선수들을 방불케 하는 체력 훈련은 물론 경기 도중에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반칙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면서 '매의 눈'을 단련시키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유병섭 심판 강사는 훈련에 나선 심판들에게 집중력과 최적의 판정 위치를 강조했다.
그는 "집중력을 1초라도 잃으면 바로 오심이 나올 수 있다"라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해야만 공정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강사는 특히 심판들에게 경기의 흐름에 따른 유연한 판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파울만 선언한다고 심판이 아니다"라며 "경기를 치르다 보면 상대팀의 핵심 선수에게 반칙이 몰리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심판이 잘 파악해서 선수를 보호해 주는 것도 심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반칙 장면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심판 교육은 저녁 시간에도 이어졌다. 오후 동안 그라운드에서 '실전 훈련'을 치른 심판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해 상주면 주민센터 강당에 모여 이날 펼쳐졌던 경남FC와 아산FC의 연습경기 녹화장면을 보며 토론에 나섰다.
강치돈 심판 강사는 부심들의 오프사이드 판단에 대해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된 만큼 부심들은 스스로 의심스러운 상황이 된다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완벽한 판단이라고 확신이 들 때 깃발을 올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판정에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면 반칙을 불지 말고 경기를 그대로 속행해야 한다"라며 "심판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기를 펼치는 팀에 슬픔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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