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고기 배양육이 가축 사육보다 지구온난화 더 악화시켜
英옥스퍼드 연구팀,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효율성 따져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가축을 사육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며 동물 세포를 배양해 인공 고기를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지만 이런 배양육이 가축사육으로 고기를 얻는 것보다 지구온난화를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일 BBC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대학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마틴 스쿨(Oxford Martin School)'의 존 리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가축 사육 방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자료와 배양육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에너지를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CO2) 양을 비교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걱정거리가 되면서 이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약 4분의 1이 농업분야에서 배출되고, 가축이 전체의 14.5%를 내뿜는다는 점이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대규모로 사육되는 소는 배설물과 소화기관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배출해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혀왔다.
배양육은 이런 점 때문에 대규모 토지나 물, 에너지, 사료 등이 필요하지 않은 "깨끗한" 고기라는 점이 부각되며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세계 최초의 배양육 버거를 만든데 이어 미국의 멤피스 미츠사는 동물세포로 배양한 미트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직 대량생산 단계에 이른 곳은 없지만 깨끗한 고기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멤피스 미츠의 경우 빌 게이츠의 투자를 받았으며, 다국적 기업 카길과 대형 육가공업체 타이슨 푸드 등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배양육 생산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굿 푸드 연구소(The Good Food Institute)'의 과학기술 담당 데이비드 웰치 이사는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배양육이 소비자들에게 상업적으로 판매되기까지는 앞으로 5~10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린치 박사 연구팀은 아직 실험실 연구 단계이고, 생산시설도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4가지 잠재적 방식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사용과 CO2 배출량을 검토했다.
그 결과, 에너지 효율성이 가장 높은 생산방식이 도입된다면 지금의 화석연료 사용 에너지 구조가 바뀌지 않더라도 배양육이 가축을 사육할 때보다 지구온난화를 덜 초래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톤당 온실효과가 CO2보다 훨씬 강하지만 약 1천년간 지속하는 CO2와 달리 12년 정도면 사라지는 점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배양육을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느라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배출된 CO2가 1천년간 지속하며 지구 기온을 끌어올리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배양육보다는 가축사육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린치 박사는 "이번 연구는 배양육이 주장처럼 혜택을 가져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배양육 생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래 배양육 생산 과정의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 수준에 달려있다"고 했다.
린치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오픈액세스 저널인 '프런티어스(Frontier)'에 공개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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