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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위선 꼬집는 네 배우의 찰떡같은 호흡…'대학살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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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위선 꼬집는 네 배우의 찰떡같은 호흡…'대학살의 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진다.
아이들 문제를 논의하고자 고상하고 교양있게 시작된 두 부부의 만남은 곧 날 선 신경전으로 변한다.
부부끼리의 다툼은 아내와 남편의 갈등, 혹은 남성과 여성의 말싸움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비아냥은 욕이 섞인 설전으로, 다시 머리채를 잡는 육탄전으로 나아간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월 24일까지 상연되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교양이라는 가면 뒤에 존재하는 인간 근본의 가식, 위선, 허영, 유치함을 꼬집는 작품이다.
2017년 같은 연극으로 호평받은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다시 만났다.
무대 배경은 주인공 부부 중 한 부부의 거실. 무대 전환도, 인물의 등·퇴장도 거의 없다.
무대가 심플하고 마이크도 필요 없을 규모의 소극장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호흡이다.
19일 진행된 프레스콜 전막 시연에서 연극 베테랑 이지하, 뮤지컬계의 우상 남경주·최정원, 브라운관의 스타 송일국은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환상의 연기를 펼쳐 보였다.
마치 진짜 부부인 듯 각자 역할에 몰입한 배우들은 단지 대화만으로 관객들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또 배꼽을 잡고 웃게 했다.
특히 최정원과 이지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은 단연 돋보였고 대사 하나, 몸짓 하나까지 허투루 볼 것이 없었다.
이번 연극은 한번 봐서는 부족하다. 적절한 성적인 비유와 깨알 같은 언어유희는 곱씹을수록 웃음을 자아낸다.
꼬리를 무는 상황의 반복이 뒤로 갈수록 약간 지루할 수 있으나 연극은 관객들의 마음을 눈치챈 듯 그 시점에 막을 내린다.



시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4명이 모두 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남경주는 "이번 연극은 배우들 간의 호흡이 중요해 4명이 친해야 하는데 2017년에 친밀함을 돈독히 다져놨기 때문에 걱정 없었다"며 "지난번 공연 결과가 좋아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다음 장면을 예측하면서 연기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번 호흡을 맞췄던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지난번보다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이들은 지난번 공연 때 아쉬웠던 부분을 고민하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송일국은 "2017년 공연 때는 소리만 지르다가 끝났는데 이번에는 디테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번 연극 후 아내의 해외 연수를 따라가 1년여간 24시간 가족과 함께 있던 경험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지하 또한 "이번 작품을 다시 연습하면서 그때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게 많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연극에는 끝이 없는 것 같고, 이번에도 우리가 깨닫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부족한 점을 찾아 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극은 단지 관객들을 웃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가, 하는 깨달음을 주는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나는 등장인물 중 누구와 가까운가' 고민하게 만든다.
최정원은 "교양 있는 모습으로 감추려 하지만 본성은 아이들보다 더 유치하고 폭력적인 게 어른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며 "관객들이 네 명의 캐릭터 중 나는 누구인가 고민할 수 있게 역할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남경주는 "배우로서는 인물의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것이 역할이지만, 연출이라면 관객들이 실컷 웃으면서도 마지막에 자신이 지혜롭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하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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