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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프간서 발빼자…중국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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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프간서 발빼자…중국이 들어갔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의 안보와 전략적 야심에 중요한 이 지역에 발을 내디디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영토의 최서단 쪽에 위치한 타지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는 새로운 세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동북부의 와칸 회랑에서 불과 수마일 떨어진 요지다.
WP 기자의 현지 인터뷰와 취재, 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최소 3년간 중국군이 은밀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이 지역에 자리 잡은 20여개의 건물과 감시탑은 중국의 소프트파워와 함께 하드파워도 날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족적들이다.
이들 군사시설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 정부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없지만 그 존재 자체는 상당한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배후 기지 역할을 했던 타지크에서는 이미 신구 세력의 교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군사시설에서 가까운 마을인 무르갑을 찾은 WP 기자는 제복을 입은 일단의 병사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신장성에 배치된 부대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위성 사진에는 건물과 막사, 연병장들이 두 군데에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의 시설이 어떤 목적을 띠고 있으며 자금과 건설은 어떻게 이뤄지고 소유권은 어느 국가에 속해 있는지 등은 불투명하다.
WP기자는 지난 2016년 아프간의 와칸 회랑을 순찰하는 중국군 병사들로부터 심문을 당했다는 독일 등반대도 만날 수 있었다. 등반대장은 지뢰 방호 차량, 중국 준군사조직의 로고가 새겨진 장비 등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타지크 외교부는 자국 영토 내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설치하기 위한 여하한 협상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물증은 중국군이 아프간 내부에서 보안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들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다.
젼문가들은 WP기자가 마주친 중국군 병사들에 대해 중앙 지휘부의 통제를 받되 기술적으로는 인민해방군과 구별되는 준군사조직에 배속돼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계자들은 중국군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분명히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아프간-타지크 국경이 허술해지면 안보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의 초당적 안보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엘리 라트너 부사장은 중국의 아프간 진출이 대단히 흥미롭지만 놀랍지는 않으며 미국으로서는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미국 달러와 미군에 무임 승차를 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아프간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맡길 수 있고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년간 아프간에서 분쟁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동안 중국은 어느 분쟁 당사자를 편드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극력 피하고 있었다.
그 대신 중국은 아프간을 포함한 중앙 아시아 일대에서 국유 기업들과 은행들을 통해 인프라 건설과 광산 개발, 차관 제공 등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 외교관들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정부, 탈레반과 활발히 접촉하면서 이들에게 중국이 평화유지가 아닌, 역내의 평화 중재자 역할을 취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오랜 고립주의를 탈피하고 노골적으로 초강대국 위상을 지향하면서 중국의 태도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인민해방군 전략가들은 점차 중국군의 해외 진출을 주장하고 있다. 한 전략가는 해외 전략을 평가하는 기고문에서 한반도, 남중국해와 함께 중앙아시아 국경을 3대 '인화점'으로 지목했다.
2017년 중국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교두보가 될 지부티의 해군 기지를 공개했고 남중국해에는 꾸준히 인공섬들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발행된 미국방부 보고서는 머지않아 파키스탄에도 중국군 기지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타지크와 아프간, 파키스칸에 걸쳐 있는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중국군이 취하고 있는 움직임은 모호한 상태였다. 이 지역은 제정 러시아와 대영제국이 150년전 각축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영내에 하시라도 여하한 군사 요원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공식적으로는 말이 달라진다.
지난해말 국무원 산하의 싱크탱크는 몇몇 러시아 전문가들을 초청해 비공식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측 연구원들은 왜 아프간의 와칸 회랑에 진출하는 관문에 중국군을 배치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러시아 전문가 알렉산드르 가부예프는 중국측이 훈련과 보급 용도로 현지에 전진기지를 두고 있다고 애써 강조하면서 러시아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모습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중국 정보기관 소속의 연구원들과도 대화한 적이 있다면서 "그들은 러시아의 레드 라인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했다"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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