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부터 윤이상까지…'운명' 탐구하는 통영국제음악제
3월 29일~4월 7일 통영국제음악당 등지에서 25회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운명은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 전반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남쪽 바다에서 봄바람이 불어올 즈음이면 찾아오는 클래식 음악축제 '통영국제음악제'가 다음 달 29일부터 4월 7일까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운명'이라는 주제 아래 교향곡과 협주곡, 리사이틀, 오페라 등 다채로운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총 25회 공연으로 구성된다.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19일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운명은 인간보다 더 위대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번 축제를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3월 29일 열리는 개막 공연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으로 시작한다. 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미리 기념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미하엘 잔덜링이 지휘하는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협연의 '장송 오스티나토'(아시아 초연),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협연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이튿날 열리는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공연 주인공은 윤이상이다. 통영국제음악제 자체가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기념하기 위해 2002년부터 매년 열리는 축제다. 윤이상 유해가 작년 축제 개막에 맞춰 고향인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묘역에 묻히기도 했다.
윤이상의 유작으로 알려진 '화염 속의 천사'와 '에필로그'가 함께 연주된다.
'화염 속의 천사'는 독재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분신자살을 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윤이상이 1995년 발표한 교향시다.
투쟁과 현실 세계를 반영한 '화염 속의 천사'와 달리 '에필로그' 음향은 천상의 세계, 죽은 이들의 넋이 모인 장소를 표현한다.
개막일부터 3일간 공연되는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은 윤이상의 수제자였던 일본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의 작품이다.
일본 전통 가무극 노(能)를 대표하는 '후타리 시즈카'를 오페라로 바꾼 것으로, 전쟁과 실연의 고통에 빠진 난민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4월 7일 폐막 공연은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1막으로 꾸며진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 세계적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테너 김석철, 소프라노 서선영, 베이스 전승현 등이 출연해 관심을 끈다.
이 밖에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벤젤 푹스, 세계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아르디티 콰르텟 등도 축제 기간 통영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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