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결 역사는 3·1정신에 대한 반역"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국전쟁은 3·1정신에 대한 반역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단일국가통일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주최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남북분단과 전쟁, 그리고 65년을 지속해온 남북대결의 역사는 3·1정신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체제는 3·1정신을 거부하고 성립했으며, 3·1정신을 제지하면서 지속해왔다"며 "분단시대를 통해 3·1정신은 냉전대결체제를 극복하고 민족적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모색했던 통일민족주의 운동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3·1운동이 지향한 가치와 목표, 참여자들의 소망과 결의를 의미하는 3·1정신은 민족적 자주독립, 민족적 대동단결,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과 행복, 보편적 정의와 인도주의,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에 대한 염원이자 의지라고 정리했다.
정 교수는 최근 한반도에 해빙과 변화의 조짐이 본격화한 요인도 분석했다.
그는 "분단과 전쟁의 역사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지도자들이 남과 북의 최고수반 자리에 올랐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서로 적대하며 갈등한 적이 없으며, 그만큼 신뢰를 쌓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촛불혁명의 결과로 보수 정권이 퇴진하고 진보적 대통령이 집권한 것도 중대한 환경변화"라며 "적폐청산과 평화체제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에 기반해 분단과 대결을 주도해온 구체제세력의 발언권은 크게 위축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대미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방면에서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점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또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3·1정신 중 민족적 공동운명성과 대동단결 사상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주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주의라는 두 개의 국가주의를 뛰어넘어 민족적 동질성과 공동운명성을 발휘하는 것이 먼저"라며 "단일국가통일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을 독립된 주권국가로 생각해야 한다"며 "북한이 민주주의와 인권 측면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이나, 스스로 개혁의 길로 나서도록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 그는 분단체제의 산물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며, 국가보안법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와 평화, 새로운 백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세계 종교인들이 각국 평화운동을 소개하고 3.1운동의 의의와 정신에 관해 토론했다.
일본에서 온 고이치 기무라 목사는 "내 영혼은 100년의 시공을 넘어 안중근, 유관순과 함께 있다"며 "3·1운동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이 실시된 후부터 행해진 일제의 가혹한 무단통치에 대해 조선 인민이 전국적으로 조직한 비무장저항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침례회 후쿠오카 국제교회 목사인 그는 핵무기에 반대하는 한국·일본 시민평화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고이치 목사는 "전후 일본의 외교, 안전보장정책은 과거의 부채 유산인 식민지주의를 아직 청산했다고 할 수 없다"며 "이를 청산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 위안부, 징용공, 한국인 피폭자, 국경 문제 등의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문제 해결을 정치가에게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며 "근대적 인격의 전제가 되는 도덕의 내면화는 극히 종교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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