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원 신임 전북대 총장 "마에스트로 되겠다"
'분권·공감·융합' 운영 키워드 제시…단임제로 총장 선출규정 개정
부총장 2명에서 3명으로 늘릴 계획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대학 조직은 대규모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닮았습니다.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을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가 되겠습니다."
김동원(60) 신임 전북대학교 총장이 19일 학내 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취임 일성이다.
김 총장은 '알찬 대학, 따뜻한 동행'을 슬로건으로, 분권과 공감, 융합을 대학 운영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는 예산과 권한을 위임해 교수회, 단과대학 등이 자치와 자율을 기반으로 책임 행정을 하도록 하고, 학장 선출 방식도 단과대학 구성원이 선출하고 총장 추인 형태로 바꿀 계획을 세웠다.
또 총장이 4년간 대학 운영에 전념하도록 총장 선출 과정을 단임제로 개정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 총장과 일문일답.
-- 전북대 제18대 총장에 취임했는데 소감은.
▲ 이번 총장임용후보자 선출 과정은 70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했고 8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지면서 전체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된 민주적 선거였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성원해준 분들의 뜻을 귀하게 실천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헤아려 공약 실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기본과 초심을 잃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겠다.
-- 대학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 오늘날 대학은 지역과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현시대에 필요한 여러 분야의 전문인재를 양성해 내는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 조직은 대규모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닮았다. 다양하고 개성이 강한 교수와 교직원, 학생 단원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다. 따라서 총장은 단원을 배려하고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을 대형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가 돼야 한다. 신념과 책임 윤리를 항상 기억하는 명지휘자 총장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담겼나?
▲ '알찬 대학, 따뜻한 동행'이다. '알찬 대학'에는 우수학생 유치와 교육, 연구 경쟁력 강화 등 대학 운영 전반의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해 내실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따뜻한 동행'은 분권과 공감, 융합 교육으로 대학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과도 동행하며 미래 100년을 향한 초석을 놓겠다.
-- 특히 분권형 대학 운영을 강조했는데.
▲ 과도한 중앙 집중형 행정 체계를 벗어나 자율형 행정 체계를 구축해 시스템을 효율화한다는 것이 분권형 대학 운영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학칙이나 규정의 제(개)정을 통해 권한을 단과대학이나 학과 중심으로 예산과 권한을 대폭 이전하고,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대학 운영 체제를 구축할 생각이다. 아울러 현재 2명인 부총장을 교학과 연구, 대외협력(재정) 등을 담당하도록 3명으로 늘리겠다.
-- 단임제 제도화를 이야기했는데.
▲ 우리는 지난 4년 간 총장이 오로지 재선 출마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는 폐단을 지켜봐야 했다. 국립대에서 총장 연임제가 지속할 경우 폐단은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총장 연임제를 폐지하고, 4년간 대학 운영에만 전념하도록 단임제로 총장 선출규정을 개정하겠다.
--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있나.
▲ 아시아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의 활성화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대학 교육연합체'(가칭)를 구성해 학생과 교수들의 정기적인 상호 교류를 크게 늘려야 한다. 20세기 후반부터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는 동남아시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거점대학에 우수 외국인 학생과 교수가 몰려오면, 우수한 국내 학생들의 지역대학 입학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 교양 교육 체계의 내실화를 강조했는데.
▲ 바야흐로 융·복합이 대세다. 여러 분야에서 융·복합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동안 교양 교육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백화점식 나열에다가 한 분야에만 치우치면서 다양성을 갖지 못했다. 교양 교육 내실화를 위해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교양학부대학'을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의 큰사람 교육개발원을 개편하는 것이다. 교양 교육의 모든 커리큘럼을 컨트롤해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을 넘나드는 교차 교양 교육 등이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을 다지겠다. 학생 중심의 교육법, 고전 읽기 인증제 등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 학생 지원책은 어떤 게 있는가.
▲ 학생 지원은 글로컬 인재양성을 위한 출발이다. 국립대 최상위권의 학습 환경을 구축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 우선 학사제도는 학생 중심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스마트 학사행정을 도입하고, 교육과정에서 학생과 산업체의 의견까지 폭넓게 반영하겠다. 교내 위원회에 학생 대표 참여도 확대한다. 첨단 강의실과 화장실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스포츠 시설, 학생회실, 동아리방 등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 직업진로지도와 취업기업 매칭도 지원한다.
-- 약학대학 신설 가능성이 있는가.
▲ 전임 총장과 집행부가 노력해준 덕분에 우리 대학 30년 꿈인 약학대학 유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전망이 밝다. 약학대학 유치가 되면 연구 분야 경쟁력 향상에 일대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세계적인 연구소를 비롯해 의학과 치의학, 수의학, 자연과학, 농생명, 고분자·나노, 화학공학 등 신약개발을 위한 학제 간 협력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연구 능력이 탁월한 교수진뿐 아니라 8개 임상 시험 관련 연구센터도 탄탄히 구축됐다.
-- 경찰이 총장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 외부기관이 학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경찰이 그런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한 유감이다. 구성원들이 갈등하고 있는 것은 대학 성장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잘 밝혀지길 기대하고 또 갈등을 해소해 학내 구성원들이 협력하도록 노력하겠다.
-- 포부는.
▲ 연구와 교육이란 대학 본연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고, 질적 성장과 권한 분권을 통해 다양성이 살아 있는 전북대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획기적인 변혁보다는 점층적인 변화를 지향하고, 외형에 집중하기보다 내실에 충실하겠다.
sollens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