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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박정민 "엄마와의 유대감 먼저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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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박정민 "엄마와의 유대감 먼저 생각했죠"
"신이 있는지를 묻는 박목사의 고민에 공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박정민(32)은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다. 그가 장재현 감독의 새 영화 '사바하'로 돌아왔다.
신흥종교단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사바하'에서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역할을 맡은 박정민을 1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 등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는 "나한에 한 번에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가장 먼저 엄마와의 유대감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저는 가족을 죽여본 적도, 소년원을 가본 적도, 어떤 사람을 위해 악행을 저질러본 적도 없잖아요. 제 안에서 나한과 가장 비슷한 감정을 찾아서 그것을 확장해야 했죠. 나한에게는 엄마가 가장 중요했거든요. 우리 모두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슬프잖아요."
그는 그 유대감을 통해 "나한을 동정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나약하고 쓸쓸한 아이죠. 30년 이상을 제 뜻대로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나한의 트라우마는, 엄마예요.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의식도 있고 나중에도 밤마다 엄마를 찾으니까요."
그는 나한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엄마를 찾는 장면에 대해서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여러 사건이 얽히고 이에 대한 단서가 제시되며 나중에는 하나의 서사로 완성되는 범죄 스릴러 성격을 지닌 영화에 대해서는 "다 아는 내용인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재밌게 봤다"고 강조했다.
"그 어떤 캐릭터나 배우도 도드라지게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모두 이야기에 잘 묻어가면서 제 몫을 하는 것 같았어요. 음악이나 후반 작업에서 그 균형이 잘 맞춰지기도 했고요. 사실 제 전작인 '변산' 등과 달리 '사바하'에서는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감독님이 그리는 그림에 정확하게 맞춰서 연기해야 하거든요. (배우들이) 그 신의 의도에 맞게 잘 연기를 해낸 것 같아요."
그는 "이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이유는 감독님 때문이다"며 "감독님이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면서 만들었다'고 하고 울었는데, 정말 그 정도로 열심히 만들었다"고 웃었다.
이정재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도 자랑했다.
박정민은 "중학교 때부터 선배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함께 연기하는 것부터가 꿈 같았다"며 "동료 배우로 생각해주셔서 연기하기에도 편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인물들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고, 뒤섞이기도 한다. 이정재가 연기한 박목사는 끊임없이 '과연 신이 있는지'를 묻는다. 박정민은 이 같은 영화의 주제의식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한다. 이는 그가 평소에 했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저는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유신론자예요. 신은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는데 그때 했던 고민이 박목사와 비슷하기도 해요. '신이 있는데, 왜 이렇게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까?', '회개하기 위해 신을 찾는 사람이 왜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런 고민이 신한테 다가가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박정민은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독립영화계에서 활약하다 '동주'(2015)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후 '변산'(2018), '그것만이 내 세상'(2018)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는 안창호 역할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과연 이 영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이 작품이 얼마나 제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 이야기가 얼마나 새로운가' 이 세 가지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고 꼭 하고 싶지만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으면 제가 직접 연락드려서 죄송하다고 할 때도 있죠."
그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박정민은 "영화 '사냥의 시간', '타짜: 원 아이드 잭'이 연달아 개봉하고 '시동'이라는 영화에 곧 들어간다"며 "캐릭터가 다 달라서 저를 아는 분들은 새롭게 느낄 것이고 저를 모르는 분들은 절 못 알아보실 것 같다"고 웃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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