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득점' 오리온 함준후 "10분 이상 뛴 게 3년 만이었어요"
최근 두 시즌 거의 출전 기회 없다가 모처럼 코트서 활약
(원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에게 함준후(31·195㎝)를 기용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17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96-80으로 이긴 오리온은 이날 가용 인원이 많지 않았다.
최진수와 이승현이 국가대표에 소집됐고 김강선과 한호빈은 부상으로 결장했다.
골밑을 지켜줄 선수가 38세 베테랑 박상오(196㎝)와 민성주(32·201㎝) 두 명뿐이었다.
함준후는 전날 창원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18분 56초를 뛰며 3점, 4리바운드를 기록해 벤치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했고, 이날은 아예 선발로 출전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기용했다'는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함준후는 이날 23분 52초를 뛰며 12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함준후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당시 함준후에 앞서 1∼3순위로 뽑힌 선수들이 오세근(인삼공사), 김선형(SK), 최진수(오리온)였다.
그러나 함준후는 신인 시절인 2011-2012시즌 전자랜드에서 45경기에 나와 5.1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한 뒤 좀처럼 프로에 적응하지 못했다.
서울 SK로 이적한 2016-2017시즌부터 2년간 평균 득점이 1점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 도중 송창무와 트레이드돼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함준후는 이후로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국가대표 차출 시기에 드디어 그동안의 응어리를 풀게 됐다.
함준후는 "3년 만에 경기를 10분 이상 뛰었는데 중요할 때 팀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이번 주말 이전에 마지막으로 10분 이상 1군 경기에 뛴 것은 2016년 12월이었다. 햇수로 3년 만이고, 정확히는 2년 2개월 만이다.
함준후는 "전자랜드에서는 식스맨으로 그나마 기회가 있었는데 SK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며 "좋은 선수들도 많았고, 제가 문경은 감독님의 농구를 따라가지 못한 점도 있었다"고 자책했다.
그는 "기회도 없는 상황에서 버티기 쉽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힘으로 버텼다"며 "이번 주말 이전에는 아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는데 이렇게 활약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추일승 감독은 "최근 D리그 경기를 보면서 1군에서 써도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오늘 함준후, 임종일 등 평소 많이 뛰지 못하던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프로 데뷔 때만 해도 함누리라는 이름으로 뛰다가 추후 개명했다. 함준후는 "공교롭게도 이름을 바꾼 뒤로 출전 시간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런 얘기도 가끔 듣지만 그런 미신은 믿지 않는다.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답했다.
함준후는 "대표 선수들이 돌아오면 다시 제 자리로 가겠지만 다시 언제든 기회는 올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하고 있겠다"고 모처럼 잡은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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