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상사태 카드' 어떻게 나왔나…"작년 3월부터 고민"
WP보도…"라이언과 언쟁 후 참모진에 '의회 없이 장벽건설 모색' 지시"
WSJ은 "트럼프, 작년 11월 중간선거 하원 패배 이후 장벽 문제에 집중"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3월 2018회계연도 예산안에 서명할 즈음부터 의회를 건너뛰고 국경장벽 건설 자금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처럼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장벽 건설 비용을 충당할 방안을 생각하게 된 시기는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18회계연도 예산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용으로 요구한 25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16억 달러만 배정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이 정도로는 예산안에 서명할 수 없다며 화를 냈다고 2명의 소식통이 WP에 말했다.
라이언 의장이 "원하는 걸 준 거다"라고 받아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욕설을 쏟아내면서 그렇지 않다고, 누가 그런 얘길 했느냐고 다그쳤다. 라이언 의장은 "예산안 협상을 벌인 게 대통령의 참모들"이라고 알려줬다.
그즈음 참모진에서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참모진이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다면서 성명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의 설득을 받아들여 예산안에 서명을 하기는 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 의회 없이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인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예산국장이 그 때 국가비상사태 선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법무부 법률팀도 검토 끝에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내부적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송을 당했을 경우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했으며 일부 백악관 내 변호사들은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현실화하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WP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장벽 건설 자금 조달을 두고 백악관 법률고문팀과 법무부, 예산국, 변호사들,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이어진 몇달간의 열띤 내부논의가 종료된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금 다른 설명을 내놨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로 민주당에 하원을 뺏기고 난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전·현직 백악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전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국경장벽 건설 문제가 우선순위를 점하지 않았으며 중간선거 전에는 국경장벽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한 구상도 계속 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2017년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뱀이 많아 자연적으로 이민자 밀입국이 어려운 지역도 있다며 국경장벽의 길이를 줄이는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국경장벽 건설 예산 문제로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에 전념할 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위험성에 대해 대통령에게 경고했고 멀베이니 예산국장은 선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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