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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노리는 트럼프, 장벽 대치 속 '국가비상사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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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노리는 트럼프, 장벽 대치 속 '국가비상사태 승부수'
러시아 스캔들·민주당 공세 강화에 비상사태 카드로 역전 시도
민주당, 위헌소송 등 총공세 나설 듯…美 정국 '격랑 속으로'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고민…美언론 "정치적 수류탄 넘겨받은 셈"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민주당과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극한 대치를 벌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국가비상사태 서명 계획을 발표하며 재선 가도에 중대 승부수를 띄웠다.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공세 강화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대선공약이자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이민정책을 고리로 재선을 위한 강공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장 위헌 소송 등으로 맞붙을 태세여서 국가비상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미국 사회를 뒤흔들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 선포 계획을 발표하기 하루 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공식화했다.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재발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여야가 합의한 예산지출법안에는 서명하지만 국가비상사태 카드로 상황 역전을 시도한 셈이다.
국경장벽 건설 예산 편성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는 민주당이 올해부터 하원을 장악한 뒤 이뤄진 첫 일전(一戰)이다.
셧다운 재연으로 인한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에는 어쩔 수 없이 서명하지만, 패배했다는 인상을 줄 수는 없다는 게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으로 보인다.
이번 싸움이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도 국가비상사태 선포 결심의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11월 있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건건이 발목을 잡고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에 집중해 정권을 탈환한다는 목표를 잡아놓고 있다. 따라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 국면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경장벽 건설은 북미정상회담 같은 외교적 현안과는 다르게 미국 유권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치적 소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민주당과의 대립각을 한층 선명하게 해 재선 가도에 추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현안인 셈이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승리로 귀결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은 국가비상사태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주당은 위헌 소송을 제기해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부각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헌법 1조는 입법부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데 9절 7항에는 "국고는 법률이 정한 지출 승인 절차에 따라서만 지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CNN은 이에 대해 "행정부가 원하는 것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국고를 실제로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의회라는 뜻"이라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하원 상임위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국가비상사태 중단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법사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상임위가 이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국경 장벽이 건설되는 지역의 토지를 소유한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서 복잡한 법적 분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연설에서 "국경장벽이 100% 효과가 있고 반드시 필요하며 과거 정부에서도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국경장벽 여론전'이 한층 뜨겁게 전개될 것이 분명한 만큼 선제적으로 정당성 설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비상사태를 지지하자니 대통령이 예산을 원하는 대로 전용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드는 셈이 되고 반대하자니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반기를 드는 상황이라 '정치적 수류탄'을 건네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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