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공무상 비밀 누설까지' 강릉시 공직기강 도마 위
시민단체 "학연·지연으로 얽힌 공직사회…일 터지면 덮으려고만"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최근 강원 강릉시 공무원들이 성추행과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에 휩싸이면서 공직기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릉경찰서는 강릉의 한 면사무소 부면장(총무계장·6급) A씨가 딸을 공무원으로 둔 마을 부녀회장에게 협박과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A씨 등 관계자 3명을 잇따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피해자인 부녀회장은 최근 "총무계장이 지난 9일 오전 불러서 갔더니 '나를 불편하게 하면 바로 (강릉)시로 들어가서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면 딸이 어떤 영향을 받겠느냐'고 협박했다"며 "이어 손을 잡더니 목을 껴안고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원주∼강릉 철도 건설과 강릉역 신축을 기념해 강릉역 광장에 설치한 상징조형물 '태양을 품은 강릉' 선정과 관련해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강릉시청 간부공무원 B(4급)씨를 지난달 31일 불구속기소 했다.
B씨는 2017년 5월 브로커(구속)에게 공무상 비밀인 강릉역 조형물 심사위원 구성 계획과 심사위원 추천 대학교 명단 등을 알려준 혐의다.
강릉시는 브로커가 당선작 선정에 개입했던 작품을 한 달 뒤 당선작으로 발표했고, B씨는 지난해 국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시는 사실관계가 최종 확인되지 않아 인사 조처는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공직자의 잇따른 의혹을 접하는 지역사회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공무원들은 상명하복하는 공직사회 특성상 윗선에서 개혁 노력을 강하게 기울이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은 계속 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김복자 강릉시의원은 "공무원이 주민을 마을 구성원으로 존중하기보다는 통제하려는 태도가 잘못됐고, 자녀까지 운운한 것은 비도덕적이기까지 하다"며 "단체장이 공직기강을 우선시했으면 공무원들이 긴장했을 텐데 조형물 선정 비리 의혹에 선정된 사람을 국장으로 보내는 등 규정을 어기는 상황에서 다른 공무원들이 뭘 배우겠느냐"고 지적했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어떤 일이 발생하면 사실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비슷한 일이 더 발생하지 않는데 지역 공직사회는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덮으려고만 하고, 징계 수위도 낮다"며 "이번 일로 자정대회를 한다고 하는 데 제대로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따끔한 소리를 듣는 토론회가 더 낫다"고 조언했다.
강릉시의 한 공무원은 "일이 터지면 관련 부서가 빨리 나서 조사하고 대기발령 등의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시간을 끌어 답답하기만 하다"며 "자정 결의대회를 한다고 하는 데 그거 하나 가지고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강릉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지난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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