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진전 없어…추가관세 파국 피하려 노력"(종합2보)
WSJ "中, 반도체 구매확대·자동차 등 산업 보조금 중단 美에 제안"
블룸버그 "中 구조개혁 놓고 양측 이견 커"
SCMP "美, 中 약속 이행 검증할 메커니즘 원하지만, 中 난색"
(뉴욕·홍콩·서울=연합뉴스) 이귀원 안승섭 특파원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15일 이틀째를 맞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구매, 산업 보조금 중단 등을 제시했으나 구조적 문제의 여전한 견해차로 인해 협상이 답보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협상 시한이 다가오자 파국을 막기 위해 시한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연장을 위한 요건마저도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는 등 협상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 대표단과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7∼9일 차관급 협상에 이어 14일부터 베이징에서 고위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반도체 구매 규모를 향후 6년에 걸쳐 2천억달러(약 225조4천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이는 현재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보다 5배 많은 액수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또 신에너지 차량 등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도 제안했다.
이는 대두와 액화천연가스, 원유 등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상품 구매를 대폭 늘리겠다는 중국의 기존 제안에 더해진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양국 협상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불공정한 국가 보조금을 중단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모든 보조금 프로그램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어떤 방식으로 이를 이행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이들 소식통은 설명했다.
'휴전이냐 확전이냐'…미중 2차 고위급 무역협상 돌입 / 연합뉴스 (Yonhapnews)
중국의 제안이나 약속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미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핵심 의제들에서 양국 의견 차이가 여전히 커 협상은 사실상 교착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구매확대 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제안을 반기지는 않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미 반도체 업계도 중국 측이 제안한 반도체 구매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할 수 있다면서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존 네프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구매확대 제안이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고안된 술책"이라면서 "매우 교활하다"고 혹평했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 우주, 반도체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으로,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이 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WSJ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자동차 구매 보조금 중단 제안도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문제는 시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보조금 철폐 제안을 전한 소식통들도 미국 협상 대표단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중국이 보조금을 어떻게 얼마만큼 지급하고 있는지 오랫동안 숨겨왔던 만큼 개혁 약속도 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국 협상단이 결정적으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답보상태에 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베이징에서 차관급에 이어 고위급까지 나흘간 협상이 이어졌으나 중국의 구조적 개혁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는 진전이 별로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블룸버그도 양국 협상단이 중국 구조개혁 의제에서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했으며 양국 정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려면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시한을 내달 1일보다 뒤로 연기할 만한 '요건'으로 제시한 것을 양국 협상단이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리가 진짜 합의라고 생각하는 곳에 가까이 있고 완성될 수 있다면 그것(협상 시한)을 잠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걸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 입장이 상당히 좁혀지면 협상을 타결할 시간을 조금 더 주기 위해 시한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로 예고한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 시점을 60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90일 협상 기간'이 끝나는 오는 3월 2일부터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해 왔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양국 정상이 최종적으로 무역 합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한인 내달 1일까지 고위급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돼 양국 정상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그리 크지 않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4일 무역협상 시한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지 질문에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시 주석이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15일 만날 것이라고만 답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협상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의 구조개혁을 놓고 양국의 견해차가 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동등한 시장 접근 보장,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지식재산권의 철저한 보호 등 중국의 구조개혁을 원하고 있으며, 이 경우 2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는 안도 제시됐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지금껏 이러한 구조개혁에 대한 약속만 늘어놓았을 뿐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개혁 이행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중국이 구조개혁 약속을 또다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각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행을 강제할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협상단은 '실행 메커니즘'이라는 보다 부드러운 용어를 써가면서 구조개혁 불이행 시 미국 정부에 징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구매 확대 등 미국 측을 달래기 위한 중국의 타협안도 제시됐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대중 강경파는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안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고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중국은 경제모델의 전면적인 개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특히 미국이 제시하는 '검증 메커니즘'이 양국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지난달 말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미국 방문 때는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의 석방 문제가 논의됐지만, 이번 협상에서 다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며 "결국 최종 결론은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 내려질 것이며, 지난달 류 부총리의 방미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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