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 총재 "저출산 돌파구는 여성의 '임신 자기결정권'"
한국사무소 개소 맞춰 방한…"남성의 가사참여율 높이는 것 중요"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는 여성과 여성 청소년들이 임신과 출산의 '자기 결정권'을 누릴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총재는 1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한 인터뷰에서 "한국뿐 아니라 저출산을 겪는 모든 국가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인구기금 한국사무소 개소에 맞춰 방한한 카넴 총재는 "자기 결정권은 아이를 몇 명 낳을지, 언제 낳을지, 첫째와 둘째 아이 등의 출산 간격을 얼마나 둘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권리를 의미한다"며 "여성들이 임신을 계획하지 않는 주된 이유를 파악해야 핵심적인 저출산 해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수많은 업적을 이뤘고, 여성의 교육수준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었다. 여성 교육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기"라면서" 여성에게 행복한 가정과 일을 양립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다음 단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양성평등, 젊은 남성의 가사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이 가정과 일이 양립된 삶을 살아가는 세계를 만드는 것은 지금까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율은 여성 권리와 관련된 것"이라며 "결혼하면 성별 역할이 불공평하고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전세계에서 보인다. 결혼 뒤 남성보다 여성이 아이 육아와 가사, 부모 부양의 부담을 더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은 결국 여성들의 선택이라며 유엔인구기금의 구체적인 목표가 ▲ 여성의 피임기구 접근성 증대 ▲ 임신·출산 여성 사망 감소 ▲ 성폭력 근절 등이라고 밝혔다.
카넴 총재는 "하루에 여성 800여명이 임신과 출산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유엔인구기금은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인을 연구하고 적절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정부에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카넴 총재는 최근 문을 연 유엔인구기금 한국사무소가 한국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닌 유엔 글로벌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의 통계청과 협력해 인구 관련 다양한 연구를 하고, 다른 국가들이 시행 중인 저출산 대책 등도 공유할 것"이라며 "건강하고 존엄성 있는 고령화 사회를 추구하며 연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평양에 유엔인구기금 사무소가 있다"며 "북한의 성·생식 보건 분야에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카넴 총재는 "한국은 1974년 개발도상국으로 유엔인구기금의 지원을 받았는데 빠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며 "한국의 발전사와 여성 교육, 양성평등 교육의 성공적인 사례가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범사례"라고 설명했다.
카넴 총재는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사무소 개소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한국을 찾았다. 유엔인구기금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한국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유엔인구기금은 1974년부터 한국을 지원하다 1991년 더는 무상원조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철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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