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촛불집회가 적화통일 횃불?…가짜 노동신문 활개
이미 허위로 판명된 조작 사진 5·18 망언 계기 재확산
北 '폭동'은 억압·착취 항거 의미…일제 저항도 폭동으로 표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 발언을 계기로 조작됐거나 악의로 왜곡한 노동신문 등 북한 신문이 극우 성향 단체 채팅방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2016년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주장의 증거로 이들 가짜 북한 신문 게시물을 내세우고 있다.
가장 활발히 공유되고 있는 게시물은 가짜 노동신문이다.
이 게시물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의 외형을 본떠 얼핏 보면 진짜 노동신문처럼 보인다.
'형제의 나라 호남조선의 자랑스러운 혁명동지.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고 적힌 헤드라인 아래에 많은 사람이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 29일부터 최근까지 노동신문을 모두 살펴봤지만 이러한 내용의 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2016년 1월부터 노동신문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어 국내 언론과 주요 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더구나 게시물을 조금만 살펴봐도 어설프게 조작한 것임을 금세 알 수 있다.
헤드라인 서체가 진짜 노동신문과 전혀 다르다. 실제 노동신문은 돋움체와 유사한 서체를 사용하는 반면, 가짜는 궁서체에 가깝다.
또 '호남조선' '적화통일' '횃불' 등과 같은 표현은 북한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호남조선이라는 단어는 최소한 연합뉴스가 검색한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었으며, 적화통일은 남한에서 나온 말을 인용할 때나 가끔 사용된다. 횃불의 북한 표준어는 '홰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장군'이라고 지칭하거나, '최고령도자' 혹은 '위대한 령도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동지'라고 지칭하지, '김정은 동지'라고만 쓰는 경우는 없다.
이 가짜 게시물은 이미 2년 전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서석구 변호사가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이 게시물을 거론하며 '촛불집회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당시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하 위원은 "'들었습네다'라는 것은 개그맨들이 쓰는 말이지 북한에서 쓰는 말이 아니며, '적화통일'도 남한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5·18 폭동설'을 주장할 때 자주 활용되는 해묵은 북한 신문 보도도 '재유통'되고 있다.
북한내각 기관지 '민주조선'과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등도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 상황을 전하며 '폭동'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보관하고 있는 노동신문, 민주조선 등 다수 북한 신문의 당시 보도를 확인한 결과 폭동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남한과 북한에서 '폭동'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거나 알고도 이를 악용한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폭동은 '집단적 폭력행위를 일으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일'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지만,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의 '조선말사전'에 따르면 폭동은 '피압박인민대중이 지배계급이나 외래침략자들의 가혹한 억압과 착취에 폭력으로 항거하여 나서는 대중적인 폭력 행동. 태업, 파업, 시위투쟁보다 발전된 높은 형태의 계급 투쟁'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함경남도 신흥탄광 로동자들의 폭동 등 나라의 이르는 곳마다에서 일제 식민통치를 반대하는 인민들과 청년학생들의 투쟁이 그칠 줄 몰랐다", "'조선인민혁명군의 진격에 대중적 무장폭동으로 합세하자!'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와 같이 항일 운동을 폭동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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