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방해 의혹'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총장 무혐의(종합)
업무상배임도 증거 없어…김용희 사무총장 사퇴 의사 밝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해외 선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 국내 투표기 제조업체에 특혜를 제공해 입찰을 방해한 의혹 등을 받은 김용희(61)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무총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인천지검 특수부(조대호 부장검사)는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한 김 사무총장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에콰도르 등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는 중남미 국가의 선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한 터치스크린 투표기 제조업체를 부당하게 지원한 의혹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자체감사를 벌인 끝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3월 김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김 사무총장이 중남미 국가의 선거기관이 요구한 정보를 국내 한 업체가 미리 입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33억원 상당의 관련 사업을 독점 수주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2015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출장비와 고문료 등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예산 1억9천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협의회 자산인 유권자 등록 단말기를 한 아프리카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해 세계선거기관협의회에 7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 총장의 업체 지원 의혹과 관련해 경쟁업체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입찰에 불참한 사실을 확인하고 입찰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사무총장과 의혹이 제기된 업체 간 유착관계도 드러나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은 출장비도 모두 세계선거기관협의회가 정한 범위 안에서 썼으며 세계선거기관협의회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미국 선거 지원위원회 의장도 정상적으로 고문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 의뢰를 받고 관련자들을 수차례 조사하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업체를 압수수색도 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측의 추측성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세계선거기관협의회는 2013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설립됐으며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선거 시스템 개선을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2014년부터 2년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일로 세계선거기관협의회의 올해 예산이 기존 8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삭감됐고 죄 없는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적 고통이 너무 커 이 일을 계속할 힘이 없다"며 "이달 21일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집행이사회에서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