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장애, 노년기에도 발생"…진단기준 30년만에 바뀐다
서울백병원 김율리 교수, WHO 국제질병분류 개정위원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에서 제시하는 '성격장애' 진단 기준이 약 30년 만에 바뀔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김율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아시아 대표자로 개정에 참여했다.
12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WHO는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서 성격장애 진단기준을 바꾸고, 오는 5월 총회를 열어 승인할 예정이다. 개정된 진단기준은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WHO 소속 194개 회원국에 발효된다. 성격장애 진단기준이 개정된 건 1990년 제10판 승인 이래 약 30년 만이다.
정신질환의 일종인 성격장애는 성격적 특성으로 인해 편향적이고 융통성이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에 지속적이고 뚜렷한 문제를 보일 경우를 통칭한다. 평소 괜찮다가도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성격이 괴팍해지는 경우부터 악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잔인한 범죄자까지 광범위하다. 사소한 일에도 정서적으로 크게 동요하거나 자신 및 상대에 지나친 완벽을 요구하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 감정 통제가 어려운 사람 등도 성격장애일 수 있다. 2010년도 WHO의 조사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성격장애 유병률은 7%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안에는 첫 진단 시 연령 제한이 사라지고, 인간 성격을 5가지로 분류하는 등의 변화가 이뤄졌다.
지금까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성격장애가 처음 발생(초발)했다고 진단해왔으나 앞으로는 청소년부터 중장년과 노년층까지도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또 성격 형태를 부정적 정서(negative affectivity), 강박(anankastic), 고립(detachment), 반사회성(dissociality), 탈억제(disinhibition)의 5가지로 분류했다.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성격 문제는 '성격곤란'(personality difficulty)이라는 하위증후군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에 참여한 김율리 교수는 "이번 개정은 그간의 성격심리학의 일관된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분류를 제공하고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실무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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