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경찰, 기독교 비하 동영상 만든 학생 4명 체포
유튜브에 동영상 올렸다가 사과…이집트 정부, 이슬람교-기독교 화합 강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중동국가 이집트에서 기독교를 비난한 동영상을 퍼뜨린 학생들이 체포됐다.
10일(현지시간) 알아흐람, 이집션스트리트 등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내무부는 전날 경찰이 유튜브에 기독교를 비하한 동영상을 게시한 남학생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유튜브에 기독교 찬송가와 기도를 조롱하는 동영상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된 학생 중에는 이집트의 이슬람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대학 재학생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을 웃기려고 동영상을 만들었다며 기독교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을 빚은 동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 학생들은 지난 8일 유튜브에 이집트의 기독교계 종파인 콥트교인들에게 사과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시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알아즈하르대 관계자들은 체포된 학생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집트 정부가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공생을 부쩍 강조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작년 12월 칙령을 통해 종파(宗派) 사건들에 대응하기 위한 '고등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집트 정부는 올해 1월 초 카이로 인근 신행정수도 예정지에 나란히 건설된 중동 최대 규모의 교회와 새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를 공개했다.
이 교회와 모스크는 이슬람교도와 기독교인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게 이집트 당국의 설명이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이고 콥트교도는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엘시시 정권은 그동안 종교적 갈등이 자칫 사회 안정을 해칠 개연성을 우려해왔다.
이집트에서는 최근 수년간 콥트교도들을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테러가 잇따랐다.
작년 11월에는 이집트 중북부 민야 지역에서 콥트교도들이 탄 버스 2대에 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7명이 숨졌으며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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