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부총리 "노란조끼 만난 게 불경죄냐"…佛 마크롱 비난
프랑스 대사 소환 조치에 다시 공격…양국관계 급속 냉각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노란조끼 시위대 지도부를 만났다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은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가 1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밀라노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내가 노란조끼 시위대를 만난 것을 두고 마치 '불경죄'를 저지른 것처럼 여기고 있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탈리아 극우·포퓰리즘 연립정부를 이끄는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달 5일 트위터를 통해 '노란조끼' 시위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샤랑송을 프랑스에서 만났다고 밝히고 "변화의 바람이 알프스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노란조끼 시위대와 협력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며 시위 지도부를 로마로 초청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 퇴진까지 주장하는 노란조끼 시위대를 이탈리아 부총리가 비공식적으로 만난 것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고 비판했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웃 나라를 방문하면서 사전에 알리지도 않는 등 가장 기초적인 외교적 관례와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유럽의회 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며 이틀 뒤인 7일 주 이탈리아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였다.
프랑스가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양국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프랑스의 대사 소환 이후 공식 언급을 미뤄왔던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불경죄를 보듯이 대하는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앙마르슈(프랑스 집권여당)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유럽의회에 진출하려는 다른 세력과 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어 연립정부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프랑스-이탈리아 고속철 건설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고속철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반면 연립정부의 다른 축인 극우 정당 '동맹'은 고속철 건설에 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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