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관할권에 막힌 JSA 자유왕래, 남북관리구역 지정이 출구?
北 "유엔사 빠져라"·유엔사 "우리 관할"…韓 절충점 모색
北, 올들어 남북군사합의 이행 협의에 '미지근'…북미정상회담 의식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가 북한의 유엔군사령부 배제 요구로 난항에 빠지자 JSA의 '남북관리구역' 지정이 자유왕래 실현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9·19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JSA 자유왕래에 합의했으나 남·북·유엔사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앞으로 설립될 JSA 공동관리기구에서 유엔사는 빠지라고 주장하고,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근거한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때 연결지역을 남북관리구역으로 지정한 사례를 준용해 JSA 자유왕래 지역의 유엔사 관할권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남북이 해당 지역을 관리하는 절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군이 한 소식통은 8일 "과거 남북관리구역 지정도 준용할 수 있는 사례"라며 "유엔사의 관할권은 인정하면서 남북에 관리권을 위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위한 출입경사무소(CIQ)도 우리측이 유엔사로부터 위임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면서 "JSA 내 관광객이 자유 왕래할 수 있는 지역만 남북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남북은 2002년 이준 국방부 장관과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간에 남북관리구역 설정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 서해와 동해지구의 DMZ에 관리구역을 각각 설치했다.
서해지구 관리구역은 6·25전쟁 이전에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놓인 낡은 철로를 기준으로 동쪽 50m, 서쪽 200m 거리로, 폭 250m로 설치됐다. 동해지구 관리구역은 옛 철로를 기준으로 동쪽 70m, 서쪽 30m 거리로, 폭 100m로 설치됐다.
남북은 이들 구역에 철도를 연결했으며, 서해지구는 개성공단으로, 동해지구는 금강산관광지구로 각각 통하는 도로를 만들었다.
JSA 자유왕래 지역도 남북관리구역으로 지정하려면 유엔사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JSA는 과거 DMZ 내 철도 및 도로 연결지역과 달리 판문점 인근 캠프 보니파스에 주둔한 유엔사 경비대대가 관할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JSA 경비 임무는 한국군이 수행하고 있지만, 관할권은 유엔사 경비대대가 가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유엔사는 JSA를 남북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JSA 공동관리기구를 구성하지 않고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남북 장병에게 적용되는 공동근무수칙만 제정해 JSA 자유왕래를 실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JSA 공동관리기구를 새로 구성하지 않고 기존 남·북·유엔사 협의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JSA 관리주체로 유엔사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이런 방안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는 남북이 이룬 성과이기 때문에 유엔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유엔사 협의체도 작년 11월 13일 이후로는 열리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올해 들어 9·19 군사합의 이행 관련 남북 협의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JSA 자유왕래는 물론이고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위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달 말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이후에야 9·19 군사합의 관련 남북 협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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