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싸우란 얘기는 아니야…하지만 역사는 알아야지"
광복군 입대해 항일운동한 일본 거주 오성규 애국지사 인터뷰
피우진 보훈처장, 오성규옹 자택 방문해 건국훈장 애족장 수여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주 간단한 얘기야.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괴롭히고 있는데, 나라를 되찾아야지. 그 생각뿐이었어. 그래서 광복군에 들어간 거야."
일본 도쿄(東京) 네리마(練馬)구의 자택에서 만난 오성규(90) 옹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총을 들었던 이유에 대해 짧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그가 중국 충칭(重慶)의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한 것은 중학교 졸업을 반년 앞둔 16살 때였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조국의 현실에 눈을 뜬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사촌 형의 권유를 받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충칭으로 향했다.
그리고 낙하산 훈련을 받으러 가던 중 꿈에도 그리던 광복 소식을 들었다.
해방 후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도, 이승만의 남한 정권도 싫었던 그는 중국과 일본을 오가다 일본에서 아내를 만났고, 일본 땅에 터전을 잡았다. 우리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그는 광복군 입대 당시의 심경에 대해 "'잡히면 어떻게 하나. 전쟁터에서 일본군과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생각은 할 여유도 없었다"며 "'일본놈'들의 통치를 더 이상은 받을 수 없다. 식민지에서 벗어나서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오성규 옹은 이날 2.8독립선언 기념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피우진 보훈처장을 자택에서 만났다.
피 처장은 오성규 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우리 정부가 제작한 독립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리고 3.1절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의 초청장을 전달했다.
명패를 받아들고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며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피 처장은 광복군이 우리군의 뿌리라며 오성규 옹에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했다
광복군에서 활동한 독립지사이면서 일본에서 생활해온 그에게 최근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한일 관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그는 "식민지에서 벗어난 뒤의 역사가 아직은 짧다"며 "일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과거 식민 지배했던 국가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고, 한국인들은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사라지려면 적어도 100년은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가 광복 후 일본에서 사는 중에는 정권이 바뀌며 과거사에 대한 태도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둘째 아들에 따르면 피 처장 같은 정부 인사가 방문한 것도 지난 십수 년 사이에 없었다.
그에게 과거사에 대한 기억이 흐려진 요즘 한국 청년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지 물었더니 "억지로 화해를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한국과 일본이 싸우는 것도 좋지 않다"는 말이 돌아왔다.
"억지로 화해를 할 필요는 없어.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일본과 싸우라고 해서도 안 돼. 시간이 흐르면 한일 관계가 더 나아지겠지. 하지만 요즘 친구들이 역사를 잊는 일은 없어야지."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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