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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속에서 변화하는 행복과 불행, 그리고 인생…'우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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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속에서 변화하는 행복과 불행, 그리고 인생…'우연의 신'
손보미 중편소설 현대문학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우연과 우연이 거듭돼 이뤄진 이들의 만남은 단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한 치 오차도 없는 계획적인 삶을 사는 민간조사원인 '그'.
그는 스스로 주는 포상 휴가를 떠나기 직전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위스키 '조니 워커 화이트 라벨'을 수거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비슷한 시기 뉴욕 한 예술재단에서 일하는 '그녀'는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 안영시-알리샤가 자신에게 유품을 남겼다는 편지를 받는다.
친하지 않던 동창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어리둥절해 하던 그녀는 리옹으로 향한다.
그녀가 받은 안영시-알리샤의 유품은 그가 찾아오기로 의뢰받은 조니 워커 화이트 라벨.
알고 보니 안영시-알리샤는 그녀가 아닌 그녀와 비슷한 이름의 다른 친구에게 유품을 남긴 것이다.
겹치고 겹친 우연들 속에서 그들은 프랑스 리옹에서 처음 대면한다.
'디어 랄프 로렌'의 작가 손보미의 중편소설 '우연의 신'(현대문학)은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건이 겹쳐 인간의 운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우연의 신'은 마치 운명처럼 이들의 인생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행복이나 불행도 끝없이 지속하지 않을뿐더러 그 안에서 계속 변화한다는 진실을 깨닫게 한다.
그들의 만남은 충동적인 우연들의 결과로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킨 일련의 사건들의 종착지다.
동창의 편지를 구겨 던져 버린 그녀는 집 인근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을 겪고 프랑스로 떠날 마음을 먹는다.
텔레비전을 통해 같은 폭발 사건을 본 그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일상에서 탈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렇게 떠난 새로운 공간에서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운명적인 사랑, 혹은 또 다른 행운같은 우연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가 호텔 객실에 덩그러니 남겨뒀을 술병이 호텔 청소부, 수리공, 수리공을 돕는 청년, 관광 중인 일본인, 위스키 애호가인 영국인 친구를 거쳐 언젠가 진짜 유품의 주인인 Lela challet의 품도 한번은 지나쳐 가지 않을까, 라고 그가 상상하듯, 우리도 그들이 언젠가 서로를 다시 지나쳐 가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은 누군가가 현실에서 좀 더 용기를 내게 하는 힘을 줄 수 있다.
손보미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과 허구를 섞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혼란시킴으로써 소설적 재미를 풍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김나영 평론가는 해설에서 "'우연의 신'에서 그와 여자의 만남을 지극한 우연으로 본다면 그 드라마틱한 만남을 가능하게, 아니 상상하게 하는 지점에 바로 조니 워커 화이트 라벨이 놓여 있다. 화이트 라벨은 실존하지만 이 소설에서 알려주듯 실제로 금방 생산이 중단된 불운한 위스키였으며, 그 불운함은 - 이 소설이 그런 역할을 해내었듯 -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같은 행운의 이야기로 거듭 퍼져나가기도 하는 것이다"고 적었다.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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