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서 실무협상한 1차 정상회담때와 달리 美대표 평양행
'좋은 징조' 관측 속 비핵화-상응조치 난제 돌파 위한 '승부수'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6일 방북 협의 일정이 발표되면서 북미 2차정상회담 관련 협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대사와의 회담을 위해 6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한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3일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 '성 김-최선희 채널'의 협의 때처럼 판문점에서의 북미 협상이 유력시되었으나 국무부가 결국 평양에서의 협의를 발표했다.
미국 공관이 없는 북한 땅에서 협상할 경우 미측으로서는 본국과의 소통 면에서 '핸디캡'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비건의 평양행을 결정한 것은 미국이 성과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협상의 효율성 측면에서 '좋은 징조'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판문점에서 하는 것보다는 평양에서 하는 쪽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견을 신속하게 반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비건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이 5일 밤(현지시간·한국시간 6일 오전)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전후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공표한 뒤 양측이 실무협상에 곧바로 돌입하는 그림이 가능할지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정상회담에 대해 '못'을 박고 실무협상을 하는 것과, 그 전에 실무협상을 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자의 경우 실무협상이 잘 안되면 정상회담을 미룰 여지가 남아 있지만 전자의 경우 양측 모두 '배수의 진'을 치는 격이 될 수 있다.또한, 만약 6일 북미 실무협상 개시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구체 일정을 발표한다면 그것은 북미 간 논의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과 '밀당'할 주요 사안들이 남아있고, 그것을 '적진'에서 신속하게 마무리 하고자 미국이 전격적으로 비건의 방북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정상회담때까지 이번 한번으로 의제 협의가 끝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개최전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김혁철 전 대사와 2차 정상회담의 의제인 '비핵화 실행조치'와, 북미관계 정상화 및 평화체제 구축 관련 미측 '상응 조치'의 조합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우라늄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플러스알파'(＋α)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의 조율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북한이 끈질기게 제기해온 제재 완화 요구와 관련한 접점 찾기가 최대 난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비건 특별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실적으로 비건 대표가 '차관보급'인 만큼 만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실무협상에서의 조율 수준에 김 위원장이 만족할 경우 비공식적인 형태로 전격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의 구체적 동선과 방북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이날 하루 한국에서 머물며 일정을 가진 뒤 내일 오전 북한으로 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비건 특별대표가 이날 오전 묵고 있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차량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미협상에 앞서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소통하며 한미간에 최종적으로 협상 전략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경로로는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는 미군기를 타고 가는 방안과 육로를 이용하는 방안이 모두 거론된다. 일단 국무부가 '6일 방문'을 예고한 가운데 협의 상황에 따라 그가 평양에 하루 이틀 더 머무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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