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일본회의가 아베 총리에 유감 표명, 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든든한 정치적 후원 조직으로 통하는 '일본회의'가 아베 총리에게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도쿄신문이 3일 보도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회의'는 최근 기관지 '일본의 숨결'(日本の息吹) 2월호에 아베 총리가 새 연호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天皇, 덴노)이 즉위하기 한 달 전인 4월 1일 공표하기로 한 방침을 문제 삼았다.
올해 86세가 되는 현 아키히토(明仁) 덴노는 장남(나루히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올 4월 30일 퇴위하기로 했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즉위는 5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일본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기 7세기에 중국에서 들여온 연호를 쓰는 나라다.
일본어로 겐고(げんごう, 元號)라 하는 연호는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이는 이름인데, 일본은 1867년 즉위한 제122대 메이지(明治) 덴노 이후 한 덴노의 재임기에는 연호를 하나만 쓰는 '일세일원'(一世一元) 원칙을 확립했다.
또 메이지 이전에는 한 덴노가 국가적 재난 등이 있을 때 연호를 바꾸어 쓰기도 했지만, 한 덴노의 첫 연호는 즉위 후에 정하는 '대시개원'(代始改元) 전통이 지켜졌다고 한다.
일본회의를 주축으로 한 보수세력은 새 덴노 즉위 전에 연호를 공표하는 것은 이런 전통을 깨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연호가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현실을 고려해 국민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4월 1일 사전 공표 방침을 정해 일본회의와 대치하는 모양새가 됐다.
일본회의는 "헌법의 취지에 따라 '황실' 전통을 존중한다"며 새 연호 조기 공표를 결정한 정부 방침에 "유감의 뜻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헌법개정 문제 등에서 기본적으로 이념을 공유하는 아베 총리의 유력 지지집단이 (아베 총리에게) 불만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일본회의 = 일본 내 최대 보수 우파 조직으로 불린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재계 인사와 지식인 중심의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해 1997년 출범했다. 일본 전역의 47개 광역단체(都道府縣)에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지역본부가 설치돼 있을 만큼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태평양전쟁 종전 60주년이던 2005년에는 야스쿠니신사 20만 명 참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 총선을 통해 출범한 2차 아베 내각이 추진하는 헌법개정 등 중요 정책은 대부분 일본회의가 지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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