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개입, 부작용 없도록 해야
(서울=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회의를 열어 한진칼에 대해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키로 했다. 다만,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관변경만 제안키로 했다. 모회사나 자회사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등기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관변경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에는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한 이후 경영 참여의 첫 사례가 생기게 됐다. 물론, 한진칼의 지분 구조상 국민연금의 정관변경 제안이 수용될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노후 재산인 국민연금의 가치가 경영자의 일탈과 불법행위 등으로 훼손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기금운용위의 이번 결정은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도 재벌총수와 가족들은 불과 5% 미만의 지분으로 수십 개의 회사를 좌지우지하면서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하고, 사외이사들도 견제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이런 점에서 기금운용위의 결정이 대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할 경우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120조 원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보유지분이 5% 이상인 기업만 300곳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하이닉스 등 상당수 한국 간판 기업이 포함된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이 사기업들의 자율적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지나치게 정부의 눈치를 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좀 더 국민적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기업경영 참여에 대한 방향과 범위가 달라진다면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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