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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NF 불이행 선언 임박…6개월 뒤 탈퇴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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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NF 불이행 선언 임박…6개월 뒤 탈퇴 수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존속키 위한 막판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미국의 협정 탈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AP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에 통보한 협정 준수 시한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협상을 통한 해결 노력이 실패했으며 따라서 협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60일 안에 협정 이행을 정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이행을 선언하고 6개월이 경과하면 기술적으로 탈퇴의 효력을 갖게 된다.
미국 국무부는 1일 오전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발표 대상이 INF협정과 관련된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정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러시아가 향후 6개월 안에 협정을 준수하는 쪽으로 돌아선다면 미국의 불이행 선언도 번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을 목전에 두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아무런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불이행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은 더욱 농후해진 상황이다.


미국측 대표인 안드레아 톰슨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협상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우리는 2월2일에 협정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그 뒤를 이어 "우리의 의무를 정지시키는 데 필요한 제반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식적 탈퇴 절차는 불이행이 선언된 뒤 6개월이 걸린다고 말하고 미국은 마음만 먹는다면 자체적으로 중거리 미사일의 즉각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측 대표인 세르게이 랴프코프 차관은 "나는 미국이 여하한 결정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지었으며 이 모든 것은 협정을 탈퇴하겠다는 내부적 결정을 은폐하려는 게임"이라고 비난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그 어느 쪽도 러시아를 협정 준수로 이끌 합의에 요구되는 융통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막판의 외교적 기적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협정을 살리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책임전가를 하는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협회의 킹스턴 라이프 군축부장은 8월까지 남은 6개월이 마지막 기회가 되겠지만 협정을 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이 협정을 죽일 기회를 놓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INF협정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부터 발효시킨 것으로, 군비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첫 산물이었다.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협정의 골자다.


미국은 수년전부터 러시아의 협정 준수 여부를 문제삼았다. 특히 러시아의 신형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9M729이 미사일이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폐기할 것을 요구해왔다.
러시아는 해당 미사일의 사거리는 협정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맞서면서 미국이 자체적으로 신형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탈퇴의 구실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미국의 불이행을 선언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INF협정의 구속 대상에서 벗어나는 다수의 미사일을 개발해 아시아 지역에서 큰 군사적 우위를 얻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미국의 불이행 선언은 일단 INF협정 탈퇴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됨을 의미하지만 더 나아가 새로운 군비경쟁의 개막을 알리는 소지가 있다는 것이 군축전문가들의 우려다.
앞으로 유럽 동맹국들 내부에서도 러시아의 협정 위반이 이에 상응하는 미국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할 수 있는 명분이 될지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현재로서는 유럽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단 1기도 배치하지 않고 있다. INF협정에 저촉되는 미사일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수석 대변인은 31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와 협정 이행을 합의할 아무런 조짐이 없다고 말하고 "따라서 우리는 협정이 없는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전문가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협정 위반은 중대한 문제지만 현상황에서 미국의 탈퇴는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군비통제협회의 라이프 군축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을 살릴 외교적 해결책들을 모두 쓰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협정이 죽어버린 틈을 타 더 많은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 배치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은 전략이 못 된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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