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휴대전화 고립감 해소에 도움…보안사고 염려 없어"
일선부대 간담회…"일반인과 같은 요금제는 불합리"
(가평=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이전에는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 사이버 지식 정보방에서 악보를 손으로 그려와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부대에서 휴대전화를 쓰게 되면서 공부하기 편해졌습니다."
31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수도기계화사단 맹호부대 노도 대대에서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가 열렸다. 휴대전화 이용 시범 부대인 노도 대대는 지난해 8월부터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휴대전화 사용 전후 부대의 모습과 당사자인 병사들과 관리자인 간부들이 느끼는 장단점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해 병사들의 가족 연인, 친구 1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병사와 간부들은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보안사고와 군 기강 해이 등 외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병사들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얻는 가장 좋은 점은 '고립감 해소'라고 입을 모았다.
한 병사는 "이전에 사용하던 수신전용 전화기나 공중전화는 수가 부족해 이용하기 어렵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힘들었다"며 "개인마다 휴대전화가 있으니 수시로 친구나 가족과 연락할 수 있어 고립됐다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부대를 찾은 병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12월에 다쳤는데 휴대전화로 연락하며 상황을 알게 되고 빨리 상급 병원으로 가도록 하게 돼서 상당히 안도했다"며 "휴대전화가 쓸 수 있어 자식을 군에 보내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자기 계발이나 정보 취득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공학을 전공했다는 한 병사는 "공부할 때 공학용 계산기가 필요할 때마다 사이버 지식 정보방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이용하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간부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현우 중대장은 "병사들의 고립감이 해소되면서 행복해하는 것 같고, 중대장이 퇴근한 후에도 휴대전화로 소통할 수 있어서 지휘관으로서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보안사고 우려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입을 모았다. 휴대전화를 쓰게 된 병사들은 애초에 주요 기밀 자료나 보안 시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며, 휴대전화 사용이 일과 후로 제한돼 보안사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박 중대장은 "최근 사회의 우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휴대전화 이용 후 병사들 지휘와 관리에 문제가 되는 일은 없었다"며 "사진 촬영 등 우려되는 문제는 간부들이 잘 관리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병사들의 주요 불만 사항은 요금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병사들은 대다수 일반인과 비슷한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제한된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쓰는데, 이에 맞는 요금제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5만5천원 요금제를 쓴다는 한 병사는 "월급이 많이 올라 요금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이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로 제한적인데 요금을 다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깝다"며 "통신사와 잘 협의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금 상품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방개혁자문위원회 위원들도 참여했다. 김기돈 위원은 간담회를 마무리 하며 "제도가 시행되며 여러 우려할 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당사자인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은 지난해부터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운영 중이다. 전면 시행시기는 상반기 중 결정될 예정이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은 평일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휴무일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제한된다. 휴대전화는 보안 취약구역을 제외한 전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부대별 실정을 고려해 통합 또는 개인적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촬영과 녹음기능은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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