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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압수수색 영장 대상 모호하면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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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압수수색 영장 대상 모호하면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
수사기관, 압수수색 영장 범위에 '가족' 기재…피의자 동생 장모 통장도 압수
1심 "적법한 압수수색"→2심 "지나치게 모호해 위법" 뒤집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내용 자체가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그 내용을 기재한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는 법원의 해석이 나왔다.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범위를 두고 피고인과 수사기관 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일반적인 해석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3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검찰은 2015년 4월 법원으로부터 관세법 위반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피의자 나모씨는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외화를 빼돌릴 생각으로 세관에 수출 가격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또 이렇게 빼돌린 금액을 동생과 동생 부인, 직원 급여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것처럼 세탁해 국내에 반입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에 대상 범위를 '회계자료 및 입출금 거래 내역 및 통장(상기 범행에 사용된 회사, 사장, 직원 및 가족 명의 포함)' 등으로 기재했다.
서울세관팀은 이 영장을 근거로 피의자 회사에 근무한 나씨 친동생의 장모와 부인 명의의 계좌 거래 내역과 통장도 압수했다.
재판에서는 영장에 기재된 '가족' 범위에 회사 직원인 동생의 가족도 포함되느냐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영장에 기재된 '가족'에는 나씨의 가족 외에 회사 직원인 동생의 가족도 포함된다고 해석해 적법한 압수수색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영장 상의 '가족'이 피의자 당사자인 나씨 가족만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서울세관팀이 나씨 동생의 장모 명의 통장과 거래내역까지 압수한 건 범위를 넘는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할 물건과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유효 기간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법관이 서명 날인하도록 한 건 일반적·포괄적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금지하고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영장 집행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문언은 그 자체만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혐의사실, 압수 장소, 압수 대상 등을 곧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특정성·명확성·간결성·일의성(一意性) 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그렇지 않고 문언 자체로 불명확 또는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엔 그 문언을 작성한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게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 이념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미리 압수할 물건을 완벽하게 특정하기 어려운 사정은 참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모든 문서 및 물건'이라거나 압수 목적물을 열거한 뒤 '등'을 붙이는 것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기재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의 일반적인 해석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 및 집행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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