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졸업 후 첫 채권 발행 성공
25억유로 조달…입찰자 몰려 4대1 넘는 경쟁률 기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작년 8월 졸업한 그리스가 채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리스 정부는 29일(현지시간) 5년물 국고채를 발행해 25억유로(약 3조2천억원)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종료 이후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자들의 입찰에 100억유로(약 12조8천억원) 이상이 몰리며 4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채권 금리는 당초 예상했던 3.88%보다 낮은 3.6%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아래에 있던 2017년 7월에는 5년물 국고채 30억유로 어치를 4.625%의 금리에 조달한 바 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그리스 의회에 출석해 이 같은 채권 발행 결과를 보고하면서 "오늘 조달한 채권 발행액은 올해 필요한 분량의 3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차칼로토스 장관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한 투자자들의 면면"이라며 "이번 입찰에서는 헤지펀드에서 일반 투자자들로의 확연한 전환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현재 150억유로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은 없으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졸업한 이후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주 마케도니아의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변경하기로 한 합의안의 그리스 의회 비준을 끌어냄으로써 정치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어, 곧바로 지난 28일 최저 임금 인상을 발표하고 채권 시장 복귀를 진행하는 등 하반기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경제 정상화와 민생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낳는다.
하지만, 이날 3.6%로 결정된 채권 금리는 과거보다는 상당히 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주변국보다는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독일의 5년물 국고채 금리는 -0.3%이고,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국가부채가 2번째로 많은 이탈리아의 5년물 국고채 금리도 1.55%에 불과하다.
한편, 그리스 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GDP의 180.4%에 달하는 공공부채도 올해 말까지는 167.8%로 떨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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