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코앞인데…'인도적 사업' 이산상봉은 제재로 '제자리'
빨라야 3월 가능…차기 한미 워킹그룹회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남북 이산가족들의 염원인 상봉이 이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 자체는 인도적 사안임에도 화상 및 대면 상봉 모두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초 화상상봉에 대해 북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곧이어 한미가 워킹그룹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산가족들의 기대감은 커졌다.
북에 가족을 둔 이산가족들은 남북 정상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조만간 적십자회담이 열려 화상상봉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 낙관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 중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설계기 상봉 행사는 불가능해졌고 빨라야 3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화상상봉도 대면상봉과 마찬가지로 상봉 대상자 선정과 생사 확인 등 준비에 한 달 이상 걸린다.
화상상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은 화상상봉에 필요한 설비를 개보수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에 대한 제제 면제 절차 탓이다.
화상상봉은 서울과 평양 등에 설치된 상봉실에서 통신망으로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기존 설비는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사용되지 않아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런데 새 장비를 북한에 들여가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자 제재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어 정부가 미국 등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대북 전달이 운송차량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처럼 화상상봉 자체가 인도주의적 사업임에도 디테일의 악마에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30일 "장비의 대북 반입 자체에 대해 미국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제재의 틀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검토를 하고 관계부처 의견도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면 상봉이 본격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제재의 영향이 크다.
남북 정상은 작년 9월 면회소 시설을 복구해 이른 시일 내에 개소하기로 합의했지만, 개보수를 위한 자재·장비의 대북 반입이 제재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008년 7월 남북협력기금 550억 원을 들여 완공된 면회소는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고 방치돼 숙박 등을 위해서는 건물 전반에 대한 복구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화상상봉 등 문제를 거론했지만 미측의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차기 한미 워킹그룹 대면회의를 기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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