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HIV 보균자 1만4천여명 신상정보 온라인 유출
데이터 접근 권한 가진 싱가포르 의사의 동성연인 미국인 소행
지난해 인구 4분의 1 건강정보 해킹 이은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 1만4천여명의 신상이 온라인에서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포함해 전체 인구 4분의 1 이상의 건강정보가 유출된 싱가포르 사상 최악의 해킹에 이은 또 한 번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다.
29일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전날 HIV 보균자 1만4천200명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의료정보 등 기밀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 5천400명은 2013년 1월까지 HIV 보균자로 밝혀진 싱가포르 국민이고, 나머지 8천800명은 2011년 12월까지 해당 바이러스 보균자로 분류된 외국인이라고 보건부는 설명했다.
정보를 빼내 온라인에 유출한 이는 싱가포르에서 과학기술 전문학교 강사로 일했던 미국인 A씨(33)로 드러났다.
A씨는 싱가포르 보건부 산하 국립공중보건과의 책임자로 일했던 남성 의사 B씨와 동성 연인 사이로 알려졌다.
HIV 양성 반응자이기도 한 A씨는 싱가포르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혈액 검사 과정에서 B씨의 혈액을 대신 사용한 것은 물론, B씨가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던 HIV 보균자 데이터베이스에서 불법적으로 관련 정보를 빼낸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A씨는 지난 2017년 여러 건의 사기와 마약 관련 범죄로 2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출소한 뒤 싱가포르에서 추방된 상태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번에 유출된 정보들을 온라인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유출된 정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A씨가 향후 또다시 이를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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