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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위기의 해법을 식물의 생존전략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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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위기의 해법을 식물의 생존전략에서 찾다
스테파노 만쿠소, 저서 '식물 혁명' 통해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구의 지배자는 누구일까? 그야 당연히 인간이 아니냐는 대답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스테파노 만쿠소 교수는 진정한 지구의 지배자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저서 '식물 혁명'을 통해서다. 그가 식물생리학자여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일까? 내막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 식물 없이는 그 어떤 동물도 생존이 불가능하다. 식품은 물론 의약품, 섬유, 건축자재, 에너지 자원 등이 모두 식물에서 나왔다.
매년 새롭게 발견되는 식물종은 무려 2천여 종에 이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량 가운데 80% 이상을 식물이 차지한다. 생존 지역도 열대의 사막과 극지방의 평원을 가리지 않는다.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라니 언즉시야다 싶다.
식물의 생존 전략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과 사뭇 다르다. 교묘한 위장술로 천적을 피하고, 화학물질을 이용해 동물의 행동을 조종한다. 얼굴이나 팔다리, 내장기관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구조는 모두 사라졌다.
그 특이한 전략 전술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저자는 이 같은 식물의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인류 미래의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칡의 일종인 보퀼라. 눈이 없이도 주변을 귀신같이 살핀다. 가장 가까이 있는 식물 잎을 모방해 자신의 잎 모양을 그때그때 잘도 바꾼다. 소나무가 씨앗을 퍼뜨리는 기술 또한 절묘하다. 비 오는 날에는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없어 솔방울을 닫아둔다. 그러다 날이 맑아지면 솔방울을 활짝 열어 씨앗을 멀리 내보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식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방에 식물이 있어 모두 다 알고 있겠거니 싶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앎이란 게 조족지혈이나 다름없다. 땅에 뿌리를 내린 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존재하고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은 뇌가 없지만 기억력이 무려 40일 이상 지속한다. 소리와 표정이 없어 무신경할 듯하지만 식물은 그때그때 아픔과 기쁨을 느낀다. 식물이 머금은 꿀에는 단순히 동물이나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당분만 들어 있는 게 아니란다. 동물의 신경과 행동을 제어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
식물에서는 배울 것 또한 많다. 지배, 피지배 관계가 되기 쉬운 인간 세계와 달리 뿌리와 가지, 이파리가 각기 독특하면서도 동등한 생명체 구성원을 이룬다. 제각각 살아가는 개별 생명체이되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민주주의를 완벽히 구현한다.
식물의 생존법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에너지 자급과 환경 적응의 최고 모델인 로봇 플랜토이드를 개발했다. 플랜토이드는 10여cm 크기 작은 로봇이다. 수천 개 플랜토이드를 화성의 대기권에서 방출하면 씨앗처럼 대기 중에 확산돼 화성의 지표면에 닿는 순간 작동을 시작해 뿌리는 내린다는 것이다. 저자의 구상대로라면 영화 '마션'에서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할 날도 머지않았다.
이처럼 저자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해결책을 끊임없이 진화하는 식물에서 찾는다. 개체이자 군집으로 존재하는 식물은 앞서 언급한 대로 중앙 통제 센터가 없는 분산적 협력 구조로 그 기능을 발휘하는데, 특히 엄청난 뿌리의 지하 네트워크는 광대하고 지적인 조직의 토대를 이룬다.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신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중앙집권화가 아닌 분권화, 계층적 사회가 아닌 수평적 사회 조직이 뒷받침돼야 함을 식물은 조용히 암시한다고 하겠다. 인류의 미래와 이상사회 힌트를 식물의 생존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결론처럼 밝힌 일성-.
"견고함과 혁신에 관해 말하자면 식물과 대적할 만한 것이 없다. 진화 덕분에 식물은 동물이 찾는 것과 매우 다른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식물은 훨씬 더 현대적인 생물이다. 앞으로 우리는 미래를 설계할 때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아엠앤비 펴냄. 김현주 옮김. 264쪽. 1만9천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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