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저감?…첫 실험선 예상대로 '빈손' 가능성
눈·비 거의 관측되지 않고 미세먼지도 '보통' 수준으로 악조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해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첫 시도는 예상대로 '빈손'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인공강우 물질 살포를 위한 기상 항공기는 이날 오전 8시 52분 김포공항을 이륙해 오전 10시께 전북 군산시 인근 서해상에 도착했다.
당초 실험은 인천 옹진군에 속한 덕적도 부근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날씨 상황에 따라 구름이 더 많은 군산 인근으로 변경됐다.
기상 항공기는 약 1천500m(5천 피트) 높이에서 시속 35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오전 10시 13분부터 1시간 가까이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연소탄 24발을 살포했다.
요오드화은은 비를 만들기 위한 씨앗 역할을 한다. 구름에 이 씨앗을 뿌려 빗방울을 키워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인공강우의 기본 원리다.
기상 항공기에 탑승한 연구진과 군산항에서 출항한 관측선에 탄 김종석 기상청장 등은 각각 하늘과 바다 위에서 구름 변화를 관찰했다.
이밖에도 이동 관측 차량, 육지의 도시 대기 측정망 등 다양한 장비가 동원돼 비가 내리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요오드화은 살포에도 비나 눈이 내리는 모습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관측선 기상1호에 탑승한 한 관계자는 "항해 시간이 길었지만 배 위에서 강수·강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관측선 주변에서 구름이 발달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이것이 이번 실험의 결과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현상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 항공기에서 구름 내부를 관측한 내용은 앞으로 분석이 필요하다"며 "차량에서는 실험이 이뤄진 하늘에서 약한 안개비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 역시 자료를 정밀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해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으로 양호했던 것도 실험에는 악조건이었다. 농도가 높아야 저감 여부를 더 확실히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이틀 전 브리핑에서 이번 실험을 인간의 달 탐험에 비유하면서 "당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없을지 몰라도, 기술이 축적되면 언젠가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가뭄 등에 대비한 인공강우 실험은 이뤄졌지만,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첫 실험 결과에 너무 성공 또는 실패의 잣대를 들이대면 기초과학이 발달하지 못한다"며 "앞으로 정밀한 분석으로 보완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주말 동안 이번 실험 결과를 분석해 오는 28일 그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정밀 분석을 거친 최종 결과는 약 1개월 뒤 공개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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