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김부겸 '광화문 충돌'…與 잠재 대권주자 경쟁 조기점화?
이낙연 '쓴소리', 유시민·임종석 행보도 주목
여당 내 "朴-金 의견 대립일뿐" 조기 경쟁 확대해석 경계 분위기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여권 내 잠재 대선후보 주자들의 '때 이른 경쟁 구도'가 여의도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놓고 충돌한 것을 계기로 잠룡들이 차기 대권을 위해 벌써 '몸풀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너무 앞서간 해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만 유력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서울시와 행안부 수장 간 갈등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활발한 최근 행보와 맞물리면서 잠룡들의 경쟁 구도가 더욱 부각되는 형국이다.
박 시장은 25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딨겠느냐"며 "정부하고,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 쭉 추진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행안부가 (반대) 성명서를 냈다가, 다시 '잘 해서 협의, 해결해나가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장관님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다"며 김 장관을 겨냥했다.
김 장관은 이날자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놓고 서울시와 행안부는 이날까지 사흘째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이낙연 총리는 각종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총리는 새해 들어 활발한 경제현장 행보를 펼치는 동시에 여권이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현안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더 겸허해야겠다는 다짐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 의혹을 향한 야당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이 '무대응 전략'을 펴는 가운데 여권 내에서 공개적인 자성 촉구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온 것이라 이 총리의 발언은 더욱 주목받았다.
정계복귀설을 극구 부인한 유시민 이사장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유 이사장이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가 성공을 거두면서 오히려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달아오른 모양새다.
급기야 유 이사장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등에 자신을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보냈다.
최근 청와대를 떠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차기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21대 총선 준비가 임 전 실장의 다음 행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서울 종로와 중구·성동을, 용산 등이 임 실장이 갈 만한 지역구로 꼽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임 실장의 경우 4월 재보선에 나설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선택지가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곳(창원 성산, 경남 통영·고성)들이라 내년 총선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갑자기 불거진 차기 대권 주자군의 경쟁구도 얘기에 민주당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장 박 시장과 김 장관의 대립이 불거진 터라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박영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두 분(박 시장과 김 장관) 말씀이 모두 일견 이해가 된다"며 "그러나 한가지, 새 광화문광장과 같은 설계안은 정부와 청와대하고만 상의할 일이라기보다는 일정 기간 서울시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욱 훌륭한 미래도시 서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강력한 대선주자 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 나머지 주자들의 충돌이 더욱 부각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대선이 많이 남은 시점이라 대선주자 간 경쟁이 조기 점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한 초선 의원은 "서울시장과 행안부 장관이 광화문 설계를 놓고 합의점을 못 만들었다는 것인데 잠룡들 간의 대결로 보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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