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재벌개혁·갑을문제 넘어 '소비자권익'으로 외연 확장
약관 등 국민체감형 과제 '각개격파'…공기업 '갑질' 범정부 차원 대응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정부 공정경제 정책의 외연이 재벌개혁과 갑을문제를 넘어 소비자권익 보호 등 국민 체감 영역으로 확장된다.
공공기관 '갑질'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힘을 합치는 방안도 추진된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올해 공정경제 정책 추진 계획이 논의됐다.
제이노믹스 3대 축 중 하나이자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의 토대인 공정경제는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큰 대과 없이 안정적인 기틀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이 공정위의 하도급 서면 실태 조사 결과 작년 하도급 관행이 개선됐다는 설문 결과를 제시해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치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갑을' 문제뿐 아니라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 감소와 같은 소유 지배구조 개선,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해소 등 재벌개혁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평가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3년 차 공정경제 정책의 방점은 '국민체감형 과제'로 이동한다.
모든 국민이 소비자로서 소비 활동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사례를 발굴해 '각개격파'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약관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주요 소비 생활과 관련이 있지만, 분량이 많고 용어도 어려워 해가 잇따르는 불합리한 약관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 불공정 관행에 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공공기관 불공정행위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단골 메뉴'다.
2017년 국감에서는 남동·중부·서부발전이 한국전력[015760] 퇴직자가 지분 73%를 소유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은 사실이 지적됐다.
같은 해 2월 서울메트로는 시공사로부터 받는 공사기성금 이자를 4배가량 높여 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이렇게 건건이 지적이 나올 때마다 공정위 등이 나서 제재했지만,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미 임기 3년 차 중점과제로 공기업 불공정 바로잡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담합,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해 "사기업 못지않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공기업도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규율대상인 사업자에 해당하므로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엄정하게 조사·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논의된 방안은 상시 모니터링, 상생 협력 체결 등 문화 확산과 공공기관 입찰 상한가 설정 의무화, 공공기관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 등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불공정행위 근절은 공정위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조달청의 공공입찰 제도,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법, 보건복지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 범정부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김상조 위원장은 "민간기업은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발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은 구체적 실천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모범적 상생협약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부처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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